포철맨 6명이 보스턴에 갔던 까닭은?..사내 동호회 '그린마넷' 회원들

지난 4월15일 정오, 제105회 미국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

세계에서 모여든 1만6천여명의 마라토너들이 출발선에서 숨을 죽인채 신호를 기다렸다.앞줄에 선 자랑스런 이봉주 선수의 한참 뒤로는 호흡을 가다듬는 6명의 또 다른 한국인들이 있었으니….

바로 박영인 이상준 김기완 정인승 이영재 황중창씨 등 6인의 포철맨이다.

포항제철 사내 마라톤 동호회인 ''그린마넷''의 정예회원들이다.마라톤 경력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모두 아마추어다.

국제경기에 참가하기는 처음이었다.등수보다는 완주가 목표였다.

5박6일 동안 ''과감히'' 개인휴가원을 내고 1인당 5백만원이나 드는 경비를 마련해 출발선에 섰다.

출발신호와 함께 6명의 포철맨은 힘껏 내달렸다.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조절했다.

이봉주 선수가 1위로 골인했다는 소식과 함께 6명도 기쁨의 땀방울을 훔쳤다.

포철 선재부에서 근무하는 박영인씨는 2시간56분46초 기록을 냈다.

1만6천여명중 6백80위였다.

이상준씨는 3시간2분9초, 김기완씨 3시간13분48초, 정인승씨 3시간19분52초, 황중창씨 3시간30분10초, 이영재씨가 3시간35분36초로 골인했다.

지난 88년 입사한 박영인(65년생)씨는 마라톤 베테랑이다.

92년부터 시작, 풀코스를 18회나 완주한 실력파요 마니아다.

최고기록은 2시간50분.

"현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다보니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몸의 피로가 많이 쌓였는데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하루에 반드시 30분 이상, 평균 10∼15㎞를 달린다.

67년생인 이상준씨는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94년부터 뛰었다.

풀코스를 11회 완주했다.

가장 좋은 기록은 지난해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56분.

50대가 되자마자 국제마라톤 대회에 꼭 한번 참가해 보고 싶었다는 이영재(52년생)씨.

군복무중인 두 아들이 이번 완주를 축하해줘 마냥 행복하다.

황중창(60년생)씨는 포철의 정비부문 계열사인 포스콘에 근무중이다.

최고기록은 2시간50분.

이번 대회를 통해 ''포철인 중의 철인(鐵人)''으로 재확인된 6인.

시작동기야 달랐지만 이들의 마라톤관은 결국 하나다.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는 것.오늘도 내일도 달리고 또 달려 자신을 이겨내야 하는 인생역정이 마라톤이라는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