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Impact! 외국자본] (4) 제일은행 변화

[ 제일은행이 가져온 변화 ]

제일은행 김재인(50) 자산부채관리부장(ALM).시장금리변동에 대응한 여수신금리 전략등 각종 리스크관리를 전담하는 신설부 책임자다.

제일은행이 외자로 넘어가기 이전 같으면 종합기획부에서 다룰 업무다.

과거 종합기획부는 재무 여신 영업등 모든 업무를 주관하고 경영정책을 결정했다.미국의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종합기획부는 없어졌다.

그 대신 업무성격에 따라 영업추진본부 재무관리본부 여신총괄본부로 업무분장이 됐다.

본부별로 독립채산적으로 수익과 비용을 따진다.자산부채관리부는 매달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준비한다.

과거 이 위원회는 전무이사가 관장했고 일선 은행지점에서 안건이 위원회로 올라오기까지 무려 4단계의 소위원회를 거쳐야 했다.

지금 이 위원회는 호리에 행장이 직접 주재하고 핵심임원과 김 부장만으로 운영된다.실무자와 전문가 정책결정자가 한자리에 모여 과거 1주일 이상 걸리던 일을 대부분 하루만에 끝낸다.

이 위원회에서 금융상품별 고객별 영업점별 수익기준을 책정하고 성과를 분석한다.

이전에는 일선영업점에서 특정기업대출한도 등 리스크관리까지 책임졌지만 지금은 이 위원회에서 처리된다.

제일은행은 지난 4월 ''과학적 의사결정 및 소비자위험관리'' 담당상무로 미국 어소시에이츠 파이낸셜 서비스의 부사장을 초빙했다.

고객에게 맞춤상품을 제공하고 맞춤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플래너다.

이 전략에 따라 국내 최초로 고객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행장과 본점이 영업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 가장 돋보이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하면 일선지점장의 권한이 축소됐다고도 볼수 있지만 고객유치등 시장개척을 위한 현장마케팅및 서비스전략에 관해선 영업일선의 권한이 확대됐다"고 소개했다.

제일은행의 변화는 외국자본이 국내금융업에 미치는 충격의 현주소다.

제일은행은 지난 98년12월 해외매각을 위해 두차례에 걸쳐 8천4백여명의 임직원중 2천9백여명을 내보고 16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런 다음 5천억원에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갔다.

제일은행이 제값을 하고있는지를 평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관료와 함께 국제경쟁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라는 평가를 받아온 국내금융계의 선진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기엔 지난 2년여의 마케팅적 변화만으론 미흡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기업들로선 대출관행의 변화가 피부에 와닿는다.

두산그룹의 김진설(36) 과장은 최근 회사의 신규사업건으로 제일은행에 대출을 요청했다.

대출담당자는 담보보다 회사의 현금흐름을 요구했다.

회사의 현금흐름을 소개하고 나서 하루만에 ''대출가능'' 통보를 받았다.

"거액여신인데도 일부 담보조건으로 자금을 과감하게 융자해 줬다.
국내은행들도 외자계의 영향을 받아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이 정도에는 못미치는 같다"

제일은행이 맨먼저 도입한 계좌유지 수수료제도도 금융계에 작지않은 파문을 던졌다.

은행계좌를 계속 가지려면 10만원미만의 계좌는 2천원의 수수료를 문다.

"한동안 시중은행이 공공기관의 역할을 떠맡은 때가 있었습니다만 제일은행은 오직 수익성만을 좇는 선진금융기관으로 변신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이영남 여성CEO전담 지점장)

영업일선의 세부마케팅전략은 과감하게 일선으로 이관한 것도 돋보인다.

김선주 신사중앙 지점장은 지점독자판단으로 지점이름을 ''로데오''로 바꿨다.

"솔직히 제일은행 직원들이 부럽습니다. 이것저것 눈치보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만 하면 되니깐요"(H은행 여신담당자 K씨)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일은행은 앞으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뉴브리지캐피털 같은 해외투자펀드의 속성상 자산가치가 올라 투자목표수익을 실현한 다음엔 가차없이 철수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부터 과연 채권운용같은 고도의 금융공학적인 첨단금융기법을 어느 정도 이 땅에 들여놓을지 등등.

이래서 제일은행으로 대표되는 외자계은행들의 ''공과''를 확실히 평가하려면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전문가(양두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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