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도매상연합軍 '쥴릭 때리기' 맞불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스위스의 다국적 도매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와 국내 도매업체들간의 싸움이 첨예화되고 있다.

쥴릭의 세력확장에 국내 도매상들이 단결해 "쥴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분쟁의 발단은 작년 5월 쥴릭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한독약품 한국노바티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시바비젼 스미스앤드네퓨 등 9개 제약사의 의약품에 대한 독점공급권을 따내면서부터.

국내 도매업계는 당초 쥴릭의 국내 물류 대행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의 물량이 적잖은데다가 모두 다국적 제약사로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을 차지하자 40여개의 도매업체가 쥴릭의 협력업체(이른바 쥴참협)로 참여하면서 쥴릭의 물류를 대행해왔다. 이에따라 도매업체간에도 쥴릭에 협력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도매상간에도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쥴참협 업체들이 업계간 불신을 없애고 쥴릭의 일방적 영업방침에 대항키로 나서면서 현재 쥴릭과 국내 도매업체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쥴참협은 쥴릭에 대해 도매업체에 도매마진 12.4% 보장 도매업체들의 배제한 약국과 직거래 중단 신규 제약사의 모집 계획 철회 모든 도매업소와의 거래 등을 요구했다. 이에대한 쥴릭의 입장은 단호하다.

쥴릭 측은 "도매업체에 5%마진을 주면 충분하며 도매업체의 경영이 부실한 것은 도매상이 약국에 3~5%의 역마진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작년 5월 영업 개시 이후 1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도 3천억원 달성은 무난하다"고 자신하면서 "추가로 신규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따내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쥴릭은 지금까지는 판매 수금 물류 등만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마케팅 기능까지 추가해 저렴한 비용으로 제약사들의 유통부문을 대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쥴릭은 기존 국내 도매상들을 이용할때 드는 영업 및 유통 비용의 3분의1(매출액의 8%)도 안되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제약사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도매업계는 연간매출 2천억원이 넘는 곳이 2곳밖에 안될 정도로 영세하다.

공동 출자를 통해 금년까지 첨단물류센터를 짓기로 했지만 부지선정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쥴릭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쥴릭의 영업방침을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며 "도매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불리기로 쥴릭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전자상거래업체인 케어베스트의 송주호 이사는 "영업 및 유통비용이 매출액의 30%를 넘는 국내 제약사로서는 쥴릭에 유통을 맡기고 싶지만 차후 제품에 대한 장악권을 송두리째 뺏길까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