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 새 한입, 벌레 한입, 사람 한입

농부가 콩을 세 개씩 심는 까닭은?

하나는 새의 몫,다른 하나는 땅 속 벌레의 몫,나머지는 사람의 몫이다.우리 조상들은 수챗구멍에 허드렛물을 버릴 때도 뜨거운 물은 반드시 식혀서 버려 그곳에 사는 미생물들을 죽이지 않았다.

벼를 수확한 뒤에도 볏짚을 그대로 논에 깔아 흙으로 돌려보냈다.

이런 공생의 생활은 실용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콩알 세 개를 심으면 싹이 날 때 서로 협력해서 잘 자란다.

뜨거운 물을 버리지 않으면 수챗구멍이 썩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볏짚을 깔아두면 잡초를 억제한다.

''새 한입,벌레 한입,사람 한입''(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들녘,8천5백원)에 나오는 대목이다.이 책에는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19명의 생명 농사꾼 이야기가 실려있다.

경기도 양주의 풀무원공동체 대표인 원경선(88)씨는 한국 유기농법의 산파이자 공동체운동의 선구자.

그는 개인과 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도 유기농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화학비료는 농작물에 7가지 성분밖에 주지 못하지만 퇴비 등 유기질 비료는 18가지나 준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의 원천인 땅과 더불어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상생의 삶이라며 이웃이 불행하면 나의 행복도 없다고 말한다.

우렁이 농법 창시자인 충북 음성의 최재명(71)씨는 해충을 방지하고 벼를 튼튼하게 해 주는 ''생태 천국''의 비밀을 알려준다.

그의 유기농법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앞다퉈 배워갔다.

''벼박사''로 불리는 강대인(51)씨는 화학비료 대신 백초액으로 쌀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80여종의 종자개량까지 일궈낸 유기농 벼농사의 1인자로 꼽힌다.

벼농사에 오리농법을 처음 시도한 충남 홍성의 주형로(42)씨,유기농 고추로 품질인증마크를 받은 경북 울진의 강문필(47)씨,토착미생물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충북 괴산의 이태근(43)씨도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일깨우는 사람들이다.

실상사에서 귀농학교와 인드라망 공동체(불교생활협동조합)를 운영중인 도법 스님이나 장애인과 농장을 이끌고 있는 임경락 목사 등 종교와 생명운동을 접목시킨 주인공들의 얘기도 감동적이다.

이들은 ''잡초와 벌레를 인간의 적으로 여겨 독한 농약을 뿌려대면 그 독성이 땅에 남아 사람에게 돌아오는데 그걸 모르니 인간처럼 어리석은 존재도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공생의 삶이란 자연의 순환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생태계의 원리를 강자생존이 아니라 적자생존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사는 하늘과 땅이 짓는다.사람은 심부름꾼일 뿐''''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진정한 농민은 땅을 갈고 자식을 갈고 세상을 가는 사람''이라는 구절들이 책읽는 맛을 더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