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상의 '골프 비사'] 박정희 전 대통령 <4> 캐디는 센스있는 여성

박정희 전대통령과 첫 라운드을 하고 난뒤 2~3주쯤 지나 이번에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박대통령을 모시고 나갈테니 코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김부장은 당시 대단한 "골프 매니아"였다.

1주일에 5일정도는 골프를 쳤다.


매일 새벽 5시쯤 서울컨트리클럽에 나와 9홀이나 18홀 라운드를 한 뒤 사무실로 출근할 정도였다.김 부장이 골프장에 자주 오다보니 나도 그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김 부장은 나중에 ''싱글''이 될 정도로 골프를 잘 쳤지만 골프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서울CC 이사장도 맡았고 특히 프로골퍼들의 숙원이었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를 창설하는 데 앞장 선 주인공이기도 하다.김 부장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을 모시고 김 부장과 라운드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김 부장이 치는 모습을 보고 "김 부장은 골프를 많이 했구만"하고 말했다.그러자 김 부장이 "예,새벽 5시에 골프 치고 7시에 사무실로 근무하러 갑니다"라고 답했고 박 대통령은 "그래,운동 많이 해야지"라며 골프를 적극 권했다.

나는 박 대통령과 1967년까지 7∼8번 라운드를 함께 했다.

기억나는 대로 그때 동반자들을 보면 박종규 경호실장은 항상 따라 나왔고 김성곤 쌍용 창업주(당시 동양통신 사장),길재호 공화당 국회의원,대한골프협회 고문이었던 신용남 국회의원,김종호 육군참모총장 등이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도 안양CC에서 라운드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자주 찾은 곳은 서울CC와 태릉,뉴코리아CC였다.

67년에 마지막 라운드를 함께 할 때쯤 박 대통령의 골프실력은 상당히 향상됐다.

''1퍼팅 OK''를 감안하고 스윙 등 전반적인 실력을 평가해보면 핸디캡 20(그로스 92타) 정도였다.

박 대통령을 레슨하고 처음에는 사례금을 받지 못했으나 나중에 박종규 실장과 김 부장에게서 30만원씩 두 차례 받았다.

일반 아마추어들과 한 라운드를 하고 나면 수고비·레슨비조로 8천원을 받던 시절이었다.

당시 30만원이면 쌀값 기준(현재 16만4천원하는 쌀 한 가마니 가격이 67년 4월에는 3천8백26원이었다)으로 지금의 1천2백만원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은 골프를 운동으로서 무척 좋아했다.

''푸른 잔디 위를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고,기분 전환이 절로 돼 무척 좋은 운동''이라는 찬사를 자주 했다.

67년 태릉CC측이 처음으로 여자캐디를 고용했는데 박 대통령이 나오면 제일 예쁘고 센스 있는 여자캐디가 선발돼 나갔다.

그 캐디는 이후 ''각하 전담캐디''가 됐다.박 대통령은 여자캐디를 보고 "오늘은 예쁜 처녀가 동행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하곤 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