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은행통합과 금융시스템

지난 10년은 기업간 결합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특히 금융기관들의 짝짓기가 활발했다.선진 10개국(G10)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1999년부터 1년에 걸쳐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통합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다.

G10 참여국과 호주 스페인 등이 연구대상이었다.

이 결과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이 지난 90년대에 가장 많이 일어났던 것으로 조사됐다.이 기간 7천5백여건이 성사됐으며 액수로는 1조6천억달러에 달했다.

통합의 속도도 갈수록 빨라졌다.

특히 90년대 마지막 3년에 인수합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미국기업들은 전체의 55%에 달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부문 통합은 은행간 결합이 대부분이었다.

은행은 건수기준으로 약 60%를 차지했으며 금액으로는 70%에 달했다.인수합병 대부분은 국내 같은 분야의 경쟁사끼리 이뤄졌다.

한 국가,다른 분야간 통합이 뒤를 이었으며 국경을 넘어선 결합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동안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경우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90년대 마지막 두 해가 최고조를 이뤘다.

이중 미국 사례가 절반을 넘었다.

미국 기업들은 국내간 결합을 특히 선호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12개국에서는 국가간 결합형태가 더 많았다.

금융통합은 은행의 숫자를 상당폭 줄여놓았다.

각국의 은행업계 집중화를 위한 조치도 잇따랐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업계의 구조는 더욱 다원화됐다.

고도로 은행 집중화가 이뤄진 국가가 있는가 하면 미국이나 독일처럼 집중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나라도 있다.

금융회사간 통합은 거대하고 복잡한 기업을 만들어냈다.

이런 회사들은 보통 국경을 초월해 운영되기 때문에 더욱 규모가 큰 감독기관의 관리를 받게 된다.

금융통합을 촉진하는 요인은 IT(정보기술)의 발전,규제완화,금융 및 비금융시장의 세계화,그리고 뚜렷한 실적증대를 요구하는 주주압력 등이다.

거시경제나 다른 요인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금융통합 바람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통합은 몇가지 면에서 통화정책에도 관여하게 된다.

첫째, 금융통합은 중앙은행이 주요 정책을 집행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통합은 유동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목표치로 유지하는 게 힘들게 된다.

둘째, 금융회사간 통합은 정책금리의 변화를 실물경제에 반영해주는 통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까지 바꿔버린다.

셋째, 통합은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거대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등 시장간 충격이 급속히 전파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때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집행자나 마지막 대부자로서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구대상국중 금융회사간 결합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심대하게 훼손한 곳은 없었다.

금융시장이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시장에서 신생회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자유경쟁이 보장되는 것이다.

금융통합은 금융시스템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힘을 제대로 이해하면 민간에서든 공공부문에서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이 글은 로저 W 퍼거슨 주니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이 지난달 뉴욕 제로미 레비 경제학연구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금융 구조''에 관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