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말레이시아 교육이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K씨.

7년전 이민 온 그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최근 이곳으로 이민 오는 한국인 가정이 늘면서 ''이민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뒷일도 도와주느라 눈코 뜰새 없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K씨는 "자세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한달에 1∼2가구가 들어 오는 것 같다"며 "영국식 교육제도를 갖추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한국인들의 새 교육 이민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바로 얼마전에도 한 한국인 가정이 K씨의 이웃이 됐다.

딸 하나를 둔 L씨는 한국에서 외국인 회사에 다니며 꽤 많은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이혼녀로 초등학생 딸 하나만큼은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에 영어과외 피아노교습 등을 시키다보니 자신의 월급으론 턱없이 모자랐다.그러던중 L씨는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았으며 영국식 교육제도가 마음에 들어 귀국 뒤 아예 딸을 데리고 콸라룸푸르로 왔다.

비록 보디 랭귀지이긴 하지만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걸 보면서 L씨는 자신의 선택에 흐뭇해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비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간 2백만원 가량의 등록금 외에 다른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교사의 3분의2 정도가 영국인으로 거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덤으로 중국어를 선택해 배울 수도 있다.

이곳 고등학교에서의 성적에 따라 영국대학으로의 유학이 쉽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이같은 이유로 L씨처럼 한국에서 직접 날아온 케이스 외에 캐나다에서 살다 온 가족,정정불안을 피해 피지에서 온 가족 등 말레이시아를 제2의 이민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과거 말레이시아는 한국경제를 배우자는 뜻에서 ''룩 이스트(Look East)''정책을 전개한 적이 있다.이제는 우리나라가 말레이시아 교육을 참고하자는 뜻에서 ''룩 웨스트(Look West)''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콸라룸푸르=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