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곧 이륙" "단정 이르다" 팽팽 .. '투자자 2인 동행취재'

"지금 당장 주식비중을 70%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아니다. 주식비중을 늘리되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A씨(47)는 절친한 친구인 B씨(47)와 지난 16일밤부터 17일 장이 끝날때까지 1박2일동안 입씨름을 벌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금리인하이후 투자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에 논쟁의 핵심이었다.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확실한 만큼 남보다 앞서 주식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B씨는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한 것 같지만 경기가 급속히 살아난다고 볼수 없는 만큼 섣부른 주식비중확대는 화를 초래할수도 있다"는 경계론을 폈다.

B씨는 특히 미국 금리인하 직후인 지난 16일 미국과 한국 주가가 동반추락했다는 사실을 들어 좀 더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주가추이를 지켜 보느라 지난 16일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하며 계속된 설전은 17일 객장으로 옮겨와서도 지속됐다. 결과는 A씨의 승리.17일 종합주가지수는 596.39로 600을 눈앞에 두고 마감됐다.

그러나 B씨는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였다는 점을 들어 "조정가능성"을 굽히지 않았다.

◇16일밤의 설전=지난 16일 장이 끝난 뒤 시작한 논쟁은 미국증시가 개장하기 전까지 B씨의 우세로 진행됐다.B씨는 "미국이 올 들어 금리를 다섯번째로 인하했지만 미국증시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뒤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지난 16일엔 1백65억원 매수우위에 그친 점을 들어 신규유동성이 보강되지 않는 한 국내주가가 600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란 논리를 폈다.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하지만 수출 침체,실업률 증가,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하면 경기가 단번에 ''V자형''으로 돌아설수 없을 것이라는게 B씨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밀짚모자론''을 내세웠다.

어차피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확실하다면 주가는 뜰 수밖에 없고,그럴 바에야 지금부터 주식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17일엔 무조건 주식투자를 늘리는게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은 미국증시가 개장하고 미국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설득력을 발휘했다.

◇17일 객장에서의 투자전략=17일 증시가 열리자마자 지수가 폭등했다.

A씨는 주가가 대세상승의 초입에 들어섰다며 증권주와 철강 화학등 이른바 경기민감주에 돈을 듬뿍 실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 및 현대건설문제의 해결을 낙관하면서 외환은행과 조흥은행도 주저없이 매수했다.

그러나 B씨는 달랐다.

오전부터 금융주가 날아다녔지만 외환 조흥등 부실은행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A씨는 이렇듯 소극적인 B씨에게 ''투자심리론''을 설파했다.

모든 투자주체,특히 그동안 소극적이던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는데다 1억원이상의 대규모 주문도 눈에 띄는 만큼 600돌파는 시간문제라며 주식확대를 권했다.

그러나 B씨는 외국인의 투자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오르려면 외국인이 1천억원이상을 사야 하는데 순매수 규모가 3백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미국의 옵션만기일 2~3일 전에 미국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했다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18일이후의 전망=외환은행이 상한가로 마감하고 금융주가 방방 날아다닌 17일은 결국 A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B씨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만일 18일 지수가 조정을 받으면 남는 이익은 별로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17일 장이 끝나고 객장을 나서면서도 절친한 두 친구의 말씨름은 지속됐다."이미 경기는 바닥을 친 만큼 대세상승은 아니더라도 경기민감주가 주도하는 소규모 랠리가 전개될 것"이라는 A씨에 대해 B씨는 "외국인과 ''큰 손''등 신규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한 조정은 불가피하며 그때 가서 주식비중을 늘려도 늦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