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보릿고개 넘기' 안간힘

반도체와 모니터 등 전자업체들이 2.4분기를 넘기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반적인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반도체 등은 계속되는 가격 하락으로 2.4분기가 최악의 상황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2.4분기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반도체.전자 업체들의 대책은 원가 절감을 위한 부품 구매단가 인하 및 해외부품 구매, 생산효율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품 및 장비 구입비용을 30% 줄이기로 하고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와 거래 업체에 공급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64메가 D램이 2달러, 1백28메가 D램이 4달러 아래로 떨어진 반도체 현물가격 하락에 대응,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다.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라 삼성테크윈은 램버스 D램용 리드프레임의 공급가격을 15% 내렸다.

삼성전기도 지난해 한 개에 7달러에 팔던 램버스 D램용 모듈 기판을 최근에는 4달러대에 납품하고 있다.

가스캐비닛과 검사장비 정제기 등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들도 납품가격을 평균 20% 가량 인하키로 했다.삼성전자는 부품 조달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0.18㎛ D램 공정라인을 올해 안에 0.15㎛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해 평균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0.15㎛ 미세회로 선폭 기술을 적용할 경우 추가 인력 투입이나 시설투자 없이도 생산효율을 7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물시장 의존도가 높은 하이닉스반도체는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천공장 간부사원 중심으로 출근시간을 두 시간 앞당기는 조기출근제까지 실시하고 있다.또 협력업체와의 접견시간을 오후 1∼3시로 집중하고 모든 회의는 30분을 넘기기 않도록 하는 등 현장 근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전자도 브라운관 유리의 공급가격을 20% 낮춰줄 것을 한국전기초자 등 거래 업체에 통보했다.

구매선을 해외로 다변화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코닝 등 모니터 유리 제조 업체들은 일본 엔화환율 상승(가치하락)으로 일본 부품의 공급가격이 떨어지자 일본 NEG사 등으로부터의 구매물량을 확대했다.

또 UMC 등 대만 업체 제품과 중국산 장비도 들여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요 침체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를 낮추고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3.4분기 중반께는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통과하고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도 일본 업체의 감산에 따른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며 "2.4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올해 경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