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책 다시 짜자] 금융논리에만 매달려 .. 산업정책 큰그림 실종

SK그룹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통신정책 때문에 1조5천여억원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SK는 SK텔레콤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인 NTT도코모 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하고 지난 97년부터 협상을 벌여 였다.지난해 8월 SK와 SK글로벌 소유의 SK텔레콤 지분 14.5%를 약 5조5천억원에 NTT에 매각키로 구두합의하고 축배까지 들었으나 정부의 엉뚱한 요구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당시 SK텔레콤에 대해 느닷없이 "동기식 IMT-2000 사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비공식적인 요구였다고는 하지만 비밀이 지켜질리 없다.NTT측은 즉각 협상무효를 선언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말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돼 협상은 다시 시작됐으나 환율과 SK텔레콤 주가는 지난해 8월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NTT가 제시하는 가격도 물론 낮아졌다.정부가 산업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스터플랜 없이 상황에 따라 정책방향이 수시로 바뀌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으며 그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SK의 사례가 대표적이다.e코리아 건설계획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의 종합청사진이 없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각기 다른 계획을 내놔 기업들은 헷갈리고 있다.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겸 금융연구소장은 "나쁜 정책이라도 일관성이 있으면 피해갈 수 있지만 정책을 계속 바꾸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기업인들의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정책 그 자체가 없다고 꼬집기도 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금융논리만 고집하다보니 정작 품질경쟁력이나 기술개발 등을 자극하는 산업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정책의 산업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많다.금융 증권 벤처산업 중심으로만 집중되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제조업의 소외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