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 '커플 매니저' : 결혼도 '맞춤설계시대'..누가 뛰나

"결혼 상대는 내 취향대로"

요즘 신세대들은 결혼도 "맞춤설계"한다.이에 발맞춰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미혼남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인 듀오 에코러스 선우 닥스클럽 피어리 등에 가입돼 있는 정회원 수만 5만여명이 넘는다.

연간 30%이상 성장하고 있는 결혼정보회사의 급부상에 힘입어 신세대 "마담뚜"인 커플매니저가 인기 직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지난달 3명의 커플매니저를 모집한 피어리의 경우 1천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이 직종에 대한 젊은이들 사이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국내 커플매니저 수는 4백여명.

이들은 미혼남녀의 학력 직업 나이 등을 고려해 맞선을 주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입을 원하는 고객과 직접 만나 그들의 개인적 성향과 이성관을 철저하게 분석한다.주선자의 감각이 아닌 철저하게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고객의 "평생배필"을 알선해 주는 것이다.

이들 커플매니저 중에는 5천만~6천만원 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급들도 적지 않다.

커플매니저의 공통점은 폭넓은 교양과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고객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유능한 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결혼문제는 물론 인생상담을 해줄 정도의 다양한 인생경험도 필요하다.

때문에 "잘 나가는" 커플매니저들은 대부분 기혼자인 경우가 많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이란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선우에서 커플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김지현(31) 대리.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커플매니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 5년동안 김 대리의 주선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커플만 3백쌍이 넘는다.

차분하고 침착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자신만의 과감한 "매칭 노하우"를 중요시한다.

고객 내면에 잠재돼 있는 장점을 밖으로 끌어내 상대방에게 어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단순히 두 남녀를 연결해 주는 것일지 모르지만 소개받는 당사자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객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배어 있는 그의 한마디다.

김 대리의 같은 회사 동료인 전선애(31) 대리도 업계에선 유명한 "결혼메이커"다.

그의 고객은 소위 "명문가팀"으로도 불리는 VIP 회원들.

가족 재산 30억원이상, 아버지가 2급 공무원 이상이거나 대기업 사장, 부모와 당사자 모두가 명문대 출신, 연봉 1억원이상인 봉급생활자 등의 요건중 세가지 이상은 해당돼야 명문가팀에 합류할 수 잇다.

그만큼 이들의 까다로운 결혼요건을 맞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와중에도 전 대리는 40%의 높은 결혼 성사율을 자랑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까탈스런 고객을 달래고 아우르는데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주변사람들의 권유를 통해 커플매니저가 됐을 만큼 선천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닥스클럽의 연선옥(29) 팀장은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를 성공적으로 직업과 연계시킨 경우다.

대학 시절부터 주위 사람들의 소개팅이나 미팅을 주선하고 서로 커플을 맺어주는데서 보람을 느꼈다고.

입사후 2년동안 1백17쌍의 "백년가약"을 이끌어냈다.

컴퓨터 매칭시스템을 통해 회원의 객관적인 조건이나 성격, 외모에 가장 적합한 상대를 선정한 후 대학때부터 쌓아온 자신만의 동물적인 "감"을 보충함으로써 결혼 성사율을 높여 왔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 회원들에게 수시로 제공하는 부지런함 또한 그의 성공비결 중 하나다.

피어리의 박수경(34) 커플매니저는 연예인 못지 않은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이미 업계에선 유명 인사로 통한다.

늦깎이 입사지만 이미 50여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그가 회원들에 항상 강조하는 것은 "첫 만남, 첫 느낌으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

그는 첫 만남에서 서로 맘에 들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이들에게 다른 회원을 추천하지 않고 우선은 재만남을 가져볼 것을 권유한다.이러한 그의 설득을 통해 결혼까지 이른 커플이 전체의 50%에 가깝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