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형 人事'의 한계

불과 43시간만에 ''신임''에서 ''전''법무장관이 돼버린 안동수씨 사태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 부처의 수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의 인사검증의 문제,지역안배와 역차별,공인된 자로서의 금도(襟度) 결여 등이 이틀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내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 아니냐는게 솔직한 심정이다.이번 인사의 파행은 애당초 김정길 전 장관이 개편 대상으로 거론될 때부터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들은 안동수 변호사가 신임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임 김 장관은 큰 과오없이 법무행정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교체 대상이 아니라고 간주됐기 때문이다.결국 인사 배경을 놓고 가장 그럴듯하게 회자된 이유는 검찰총장과 출신지역이 같다는 일종의 ''원죄''였다.

김 전 장관 입장에서는 아마 역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어 21일 저녁 문제의 ''취임사 초고 사건''이 터졌다.''용비어천가''를 방불케 하는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엄정한 법 집행의 소임을 맡을 사람이 ''정권 재창출''까지 거론하는데에는 아연실색하는게 당연했다.

다른 사람이 대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한때 혼선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이때라도 안씨는 당당하게 나와 경위를 밝히는게 좋았다고 보인다.

''가문의 영광''''태산같은 성은''같은 말들은 결코 제3자가 써줄 수 있는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게다가 같은 변호사사무실에 근무하는 두 사람의 진술 번복은 의혹만 더욱 증폭시키면서 안 장관을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저편으로 보내고 말았다.

법조계에서는 코미디나 다름없는 이번 해프닝을 놓고 ''검증되지 않은 인사의 한계''로 보고 있다.

물론 장관에 대한 임면권은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하다.

하지만 적절한 여과 장치를 거치지 않은 인사는 늘상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게 마련이다.신세 갚는 인사,신세 진 사람으로부터 들어온 청탁성 인사,여론을 의식해 멀쩡한 사람을 바꾸는 인사 등 과학과 시스템이 아니라 사적인 인간 관계에 의존하는 ''한국형 인사''는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빌어본다.

정대인 사회부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