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법무 전격 경질] 짧은 '충성' 긴 고통 .. '임명서 사퇴까지'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3시 장관 임명장을 받은 뒤 사퇴서를 내기까지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발표한 시간이 23일 오전 10시이므로 ''재임시간''은 공식적으로 43시간.

안 전 장관에게 이 시간들은 희비가 극단적으로 교차한 짧고도 매우 긴 고통의 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 문건 파문''은 21일 청와대가 안 전 장관에게 장관 임명을 통보한 오전 10시30분께부터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공식발표와 거의 같은 시간에 통보를 받은 안 장관으로선 취임사와 인사말 등을 여유있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임식이 열리기 30분전인 21일 오후 5시께 한 기자가 안 전 장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취임사를 요청했고 여직원 윤모(21)씨는 "장관의 컴퓨터에 입력돼 있는 내용"이라며 2쪽짜리 문건을 법조 기자실에 팩스로 보내줬다.

문건 내용이 언론에 전격 보도되자 법무부와 검찰은 안 전 장관이 김태정 전 법무장관처럼 도중하차해 검찰위상이 또 다시 추락하는 사태가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파장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이모 변호사는 22일 오후 2시 안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2쪽의 문건 중 문제의 문건은 내가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쪽을 모두 내가 썼다"는 전날 진술을 뒤집은 것이었다.

여직원 윤씨도 21일에는 "안 장관이 김밥을 먹으면서 직접 취임사 초안을 급하게 작성하다 나갔다"고 했다가 22일 기자회견에서는 "문건 초고를 이 변호사가 썼다"고 말을 바꿨다.

22일 밤에는 이 변호사가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시간(21일 오후 3시30분께) 직전까지 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씨가 문건을 작성하기가 불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결정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의 진술이 거듭 번복돼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지자 안 전 장관은 23일 새벽 귀가하면서 "용퇴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사퇴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커질대로 커진 의혹을 불식시키기엔 때가 늦었다고 판단한 안 전 장관은 23일 오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곧장 청와대로 향했으며 오전 10시 사표수리가 전격 발표됐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