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사흘째 하락, 11.50원 낮은 1,285원 마감

환율이 사흘 내리 하락하면서 두 달만에 처음으로 1,280원대에 마감했다.

달러/엔의 급락에 따른 동행 움직임이 뚜렷했으며 이달 들어 거의 고정된 ''1,290∼1,310원'' 박스권에서도 탈피했다. 시장 주변여건이 모두 환율 하락쪽으로 손짓했으며 1,280원대에서 달러/엔의 변동에 따라 움직임이 비교적 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1.50원 낮은 1,2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5일 1,282.30원 마감이래 처음으로 1,280원대에 종착역을 둔 셈. 이번주 들어 환율은 19원이 내렸다.

도쿄에서 1.50엔이상 내려선 달러/엔 급락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분 등 달러공급요인이 환율 하락을 충분히 뒷받침했다. 거래자들도 달러매도(숏)플레이에 치중했으며 간간히 달러/엔 반등에 따른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왔으나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장이 낮아진 새로운 박스권 형성에 대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방향은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끈끈하게 연동돼 온 달러/엔이 121엔 밑으로 추가하락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세반전을 단정짓기에는 껄끄러운 측면이 남아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차트상 1,250원을 향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추세가 꺾였다는 판단도 가능해뵌다"면서도 "달러/엔의 연동되는 있어 달러/엔이 121엔에서 실질적으로 막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이나 펀더멘털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지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장중 은행권에서 포지션이 많이 엮이고 추세가 전환됐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심리는 불안한 감을 유지했다"며 "내일도 장중에는 달러/엔에 의해 좌우되고 달러/엔이 120엔대에 있으며 1,270원대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추세전환을 말하기엔 이르며 달러/엔이 120엔에 안착하면 1,300원을 고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하락 심리 팽배 = 달러/엔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달러/원을 1,280원대로 끌어내렸다. 뉴욕장에서 122.82엔에 마감해 도쿄장으로 넘어온 달러/엔은 유로 약세에 따라 크로스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엔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낙폭을 크게 가져가 122엔을 뚫고 121엔대 초반까지 쉽게 미끄러졌다.

또 122.40엔대에서 런던장으로 넘어간 달러/엔은 121엔 아래로의 시도를 재개하고 있다. 지난 4월23일이후 굳건히 지키고 있는 121엔 위로의 움직임이 위협받고 있는 셈.

달러/엔의 120엔대 진입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원의 움직임은 물론 추세전환 판단여부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역외세력은 개장 초반 적극적인 매도세에 나선 이후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업체는 결제수요가 많이 있었으나 역외세력 등에 의해 쉽게 흡수됐다. 이날 결제수요는 2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알려졌다.

환율이 장중 급락할 때 외환당국에서 불편해 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환율하락이 저지되기도 했다.

거래자들은 달러/엔의 변동에 따라 쉽게 부화뇌동하면서 포지션이 일부 엮이기도 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뉴욕장에서 달러/엔과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것을 반영해 전날보다 5원 낮은 1,291.50원에 출발, 개장 직후 내림세를 가속화해 2주동안 지지선이었던 1,290원을 깨고 1,286.60원까지 저점을 확대했다.

이후 환율은 거래자간 물량 주고받기식 거래로 1,287원대에서 한동안 머물렀으나 122엔대 밑으로 내려서려는 달러/엔을 보고 저점을 1,286.10원까지 확대한 뒤 전날보다 10원이 빠진 1,286.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보다 0.50원 내린 1,286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이 121엔 초반까지 다가서자 저점 경신 행진에 나서 1,284원까지 동반급락 했다. 이후 달러/엔의 반등과 은행권의 달러되사기로 1,288.50원까지 낙폭을 줄이기도 했던 환율은 장 막판 롱처분 물량으로 간주되는 매도세로 1,282원까지 되밀리는 시소게임이 벌어졌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91.50원, 저점은 이달 들어 최저점으로 기록된 1,282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9.50원이었다.

엿새 내리 순매수행진을 펼친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64억원의 매수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15억원의 매도우위로 매수쪽이 조금 앞섰다. 매수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엿새째 순매수에 나선 것이 거래자들의 환율하락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이틀간 4,6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은 24일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요인이 된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6억4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7,6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5,040만달러, 3억4,600만달러가 거래됐다. 24일 기준환율은 1,286.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