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수목묘(樹木墓)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던 사람이 술에 취해 길가에서 잠이 들었다.

갑자기 산불이 번져 오자 개는 주인을 구하려 몸에 물을 묻혀 뒹굴기를 수백번, 불을 끄곤 탈진해 죽었다. 주인은 이 갸륵한 개를 묻고 그 자리에 지팡이를 꽂아두었는데 놀랍게도 여기서 싹이 나 훌륭한 나무로 자랐다.

전북 전주와 남원 사이 오수마을 느티나무에 얽혀 전해오는 얘기다.

죽음과 나무에 얽힌 일화나 전설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자작나무는 유럽의 한 왕자가 적에게 쫓겨 숲속으로 도망치다 더이상 피할 곳이 없자 온몸을 하얀 명주실로 동여맨 채 구덩이에 빠져 죽은 자리에서 솟아났고, 개나리는 사랑하던 새가 실은 색칠한 까마귀인 사실에 상심해 세상을 떠난 인도공주의 무덤에서 돋아났다고 한다.대나무의 희귀품종인 소상반죽은 민정을 살피러 떠난 순임금을 기다리던 왕후가 소상강가에서 거문고를 뜯다가 흘린 눈물이 옆 대나무줄기에 떨어져 생겼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선 요사이 수목묘(樹木墓)바람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수목묘''란 화장후 재를 뿌린 자리에 나무를 심는 것을 뜻한다.살아있는 나무가 묘를 대신하는 셈.중국은 1956년부터 강력한 화장정책을 실시, 재를 바다에 뿌리거나 땅에 묻은 다음 봉분 없는 평장을 하도록 해왔는데 90년대 이후 선양(瀋陽) 광저우(廣州)등 동북부 도시를 중심으로 수목묘가 급증,전체 묘지의 5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탓도 있지만 극심한 홍수와 산사태를 겪은 주민들의 환경보호 의식이 높아진 까닭도 작용했다는 보도다.

95년 30%에 불과하던 서울 시민의 화장률이 최근 50%를 넘는 등 우리의 장묘문화도 바뀌고 있다.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화장장과 납골시설이 연말이면 포화상태가 돼 장묘대란이 우려되는데도 님비현상 때문에 추모공원 부지조차 확정짓지 못하는 형편이다.

매년 여의도의 1.2배 면적이 무덤으로 바뀐다는 자료는 더이상 매장을 고집하기 어려움을 알려준다. 굳이 묘나 납골당에 모시기보다 고인의 넋이 묻힌 자리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도 생각해 봄직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