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매수는 일러

"재료와 수급이 펀더멘탈에 우선했다"

29일 화요일 종합지수가 뉴욕증시 휴장과 모멘텀 부족으로 좁은 등락 속에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두 차례 실패했던 연중최고점 경신에 성공하자 시장이 내린 평가다. 수요일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기보다는 한차례 숨고르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국인에 의존하는 취약한 수급 여건을 다시 확인한데다 상승을 이끈 재료도 이미 노출, 레벨업을 이끌기에는 에너지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시장분위기는 호재에 발빠르게 반응하고 악재는 애써 외면하면서 상승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냉각되고 있는 만큼 다른 한 축인 구조조정에서 뚜렷한 신호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고점 부담에서 벗어났고 증시를 억누르던 현안이 하나둘씩 실마리를 풀어갈 기미를 보이고 있어 지수조정보다는 기간조정이 점쳐진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모처럼 동반 상승했지만 프로그램 매수에 의지한 바 크다. 주가도 장을 주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 있다.

따라서 좁은 등락 속에 실적주나 계절주, 경기방어주 등을 중심으로 한 종목별 순환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일 증시는 다시 뉴욕의 세력권 안에 들어간다. 화요일 뉴욕증시 요인으로는 4월 개인소득 및 지출,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 등이 있다. 소비심리가 지난달 증시 랠리에 힘입어 좋게 유지되더라도 금리인하 전망에 물을 타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구조조정, 레벨업 이끄나 = 뉴욕증시가 휴장한 틈을 타 대우차 매각과 하이닉스 조기 계열분리라는 재료가 부각되며 상승을 주도했다. 4월 산업활동 둔화 등 나쁜 소식은 뒷전으로 돌려졌다.

오래 묵은 재료의 확인이었지만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리란 기대감이 강했다. 국내 증시에서 현대와 대우가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중에 심리적인 효과까지 고려했을 때 대우차 매각과 하이닉스 외자유치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점은 긍정적이고 진행 속도와 방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이미 개별종목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고, 발표된 내용이 별달리 새로운 것이 없는데다 생각만큼 빠르게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단기 재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악재가 현실화되면 호재가 되고 호재가 노출되면 악재로 변한다''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아울러 투신권의 현대건설 지원 방안 합의점이 쉽게 도출되지 않고 있고 현대투신의 추가 부실 7,000∼8,000억원도 어떻게 처리될 지 결정되지 않은 점도 구조조정의 상승 인도에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하이닉스는 외자유치 성사 여부에 따라, 대우차판매와 쌍용차는 매각 방식에 따라 주가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비중이 높은 동양기전, 삼립정공, 대원강업, 동원금속 등과 GM에 납품하고 있는 한라공조, SJM, 삼립산업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이 나오겠지만 GM이 대우차를 아시아 거점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투자 유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 외국인 선물매수, 부담된다 =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시 매수에 나섰고 특히 지수선물시장에서 3,908계약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는 지난 98년 이후 최다인 1만8,000계약으로 불어났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변화로 보든, 투기적인 것으로 평가하든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수 추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하방경직성 확보에는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선물매수 한켠에서는 매수 차익 잔고가 연중 최고 수준인 5,000억원에 달해 시간이 지날수록 매물 부담감이 가중될 전망이다.

프로그램 매매가 추세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조정 장세에서 발휘하는 위력은 큰 만큼 선물 매매 추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반면 외국인 현물 매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뉴욕 증시가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대량 매매가 부담스러운 듯 전체 매매 규모는 지난 금요일에 비해 70% 수준에 불과했다. 지수관련 대형주와 업종대표주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실적주나 업종대표주, 금융주로 한단계 순환매를 거쳤다는 점도 큰 폭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