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봄 가뭄과 물관리 정책..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 교수>

유례없는 봄가뭄이 계속되면서 들녘이 타 들어가고 있다.

연천 동두천 등 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올 봄 평균 강우량은 30㎜ 안팎으로 예년 평균 1백90㎜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이들 지역은 밭작물이 말라 비틀어지고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 소방차로 실어나르는 상황이다.

앞으로 몇년후에는 물부족과 기상이변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지역주민과 일부 시민단체는 ''댐건설 절대불가''를 부르짖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정부가 계획했던 댐 24곳이 모두 중단 또는 취소됐으나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1백년전인 1901년 서울의 연간 강우량은 3백70㎜였다.

현재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이 1천2백74㎜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뭄이었다.이 시기를 전후한 1884년부터 1910년까지 27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계속됐다.

우리나라는 중동지역의 사막국가를 제외한다면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유엔이 분류한 물부족 국가군에 속해 있다.

지난 98년 장마땐 하루 6백㎜에 달하는 게릴라성 집중 폭우가 전국을 기습했다.그로인한 홍수 피해액은 1조원대가 넘었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지난 1백년간 강우량이 50%나 증가했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홍수 피해방지와 물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몇십년 동안 인공댐을 건설,미국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브라질 인도와 더불어 세계 10대 수력발전 국가가 됐다.

수력발전은 수질관리의 어려움과 안개발생 증가와 같은 환경문제가 있다.

그러나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매우 환경친화적이다.

방사능 누출 같은 위험도 없고 석탄이나 석유의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도 없다.

그리고 연료를 외국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다.

태양 빛에 의해 물이 대기로 증발,강우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력은 곧 연료가 필요없는 태양에너지다.

국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총 전력생산량중 수력은 3%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화력과 원자력이다.

이것은 미국의 9.9%,일본의 9.2%,중국의 18.0%에 비하면 너무 적은 양이다.

우리에게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캐나다와 프랑스도 각각 62%와 15.4%를 수력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수입한 석탄과 석유, 그리고 핵연료로 가정과 사무실을 밝히고 공장을 가동한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혹시라도 에너지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10대 수력발전 국가들은 우리가 부러워하는 ''환경 선진국''이다.

그런데 이 국가들은 어떻게 그 많은 댐을 건설했으며,우리는 해마다 가뭄과 홍수를 되풀이하고 수입에너지에 국가경제를 맡겨두면서 댐건설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의 수질관리기술이 너무 낙후된 점에 기인한다.

호수를 만들면 물은 썩어 들어가고,그나마 그 호수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피해가 돌아간다.

그러니 댐건설 반대는 계속되고 물부족과 홍수 피해는 매년 늘고 있다.

우리의 물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는 우리 국토의 물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의 선진화이다.

다른 이유는 환경교육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환경에 관해 잘못 이해하는 점이 많다.

그런데도 환경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환경은 컴퓨터와 한문중 선택과목이다.

성숙된 환경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제도의 확충이 절실하다.

물은 국민들의 생명수이며 국가 산업경쟁력 요소중 하나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국가들 중에 물부족 국가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가뭄과 홍수를 반복하면서도 전국토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만 좋다고 한다.

호수도 아름다운 자연이며 물은 국토를 기름지게 한다.

그런데도 댐을 건설하려고 하면 환경파괴의 주범인듯 몰아붙인다.

환경기술 및 교육정책의 개선과 더불어 생존을 위한 물관리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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