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이슈탐구'] '과세 포괄주의'..명시 안된 실제소득에도 稅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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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거'에서 '포괄'로.
지난주 발표된 중장기 세제운용 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열거주의로 돼 있는 소득세를 포괄주의로 전환하고, 상속.증여세를 '유형별 포괄주의'에서 '완전 포괄주의'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열거주의는 뭐고, 포괄주의란 또 무엇인가.
열거주의는 말 그대로 세법에 열거된 소득에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포괄주의는 그 반대다.
비과세로 명시되지 않는 한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
정부가 세제의 틀을 포괄주의로 바꾸기로 한 만큼 앞으로는 현재 세금을 내지 않는 대부분 소득도 세금을 내게 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세금부담에 엄청난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왜 이런 식으로 과세체계를 바꾸려는 것일까.
우리나라 종합소득세제는 과세대상 소득의 범위가 좁고 비과세·분리과세 소득이 광범위해 형평과세 실현과 과세기반 확충에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상속.증여세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일일이 세법에 열거하는 것이 불가능해 편법 상속.증여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세제의 골간을 포괄주의로 전환할 경우 납세자인 국민 개개인에게는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를까.
먼저 현재 4천만원으로 돼 있는 금융종합과세 대상 범위를 인하하는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모든 금융소득을 종합과세대상으로 할 수도 있겠으나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무작정 모든 금융소득에 대해 고율로 과세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본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비상장주식과 대주주 소유 상장주식을 제외하고는 주식양도차익과 채권양도차익은 비과세되고 있다.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자본손실에 대한 보상 문제 등 기술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서다.
현재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당장 과세로 전환하기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여부도 관심거리다.
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 원.달러 선물 및 옵션,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 선물, 금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세제는 정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파생상품중 거래규모가 가장 큰 주가지수선물 및 옵션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거래세가 모두 비과세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해 과세할 경우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부문은 부가급여(Fringe Benefit)에 대한 과세 여부다.
부가급여는 주택지원, 교육지원, 중식비 등 실비변상적 복리후생비에서부터 초과근무수당(생산직 비과세), 스톡옵션 등 소득급여적 성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부가급여는 성격과 형태가 매우 다양해 모두를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실비변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과세를 유지하는 대신 소득급여에 대해 과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엄격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완전한 포괄주의를 채택할 경우 위헌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 포괄주의(세법에 열거된 유형과 유사한 것에 과세)만 해도 증여의제(擬制) 규정(상속 및 증여세법 제32조∼41조)과 증여추정규정(동법 43조∼45조)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위헌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꺼번에 완전 포괄주의로 전환하기보다는 이른바 '제한적 포괄주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 소득과세 체계의 포괄범위가 확대되고, 기타소득 및 상속.증여의 예시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세율을 대폭 낮추지 않을 경우 그만큼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