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강연] (문답) 한국 IT분야 놀라운 발전

-닷컴 버블 붕괴는 불가피한 과정인가. 앞으로 이런 조정과정이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20세기 초 미국에는 2천7백개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다. 대부분이 망했다. 새 기술이 도입되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최근에도 수천개의 정보기술(IT) 회사가 생겼다가 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때와 비슷하다. 깊은 이해없이 투기하듯 눈먼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전기가 처음 발명됐을 때 전기만 있으면 뭐든지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큰 기술이 나올 때마다 조정기(shake-up period)가 있게 마련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시기다. 이번 조정기간은 20여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IT투자는 충분하다고 보는가. "IT분야에서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국가로 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의 여부다. 이것은 보장할 수가 없다" -하이테크 산업 종사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미래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면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하이터치'에서 나온다. 고객과 기업간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 개인화(personalization)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시대에 고객에게 친필로 쓴 문서를 보낸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하이테크가 지나치게 강조된 요즘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하이터치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간 균형을 잘 잡는 자만이 성공한다" -아시아에 대한 전망은. "아시아는 낙관적(bullish)이다. 아시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란 모습을 되찾고 있다. 특히 중국의 변화는 눈부시다. 중국 경제는 엄청난 근대화 과정을 겪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스스로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거치고 있다" -일본의 미래는. "일본과 관련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 일본의 문제는 경제가 스스로 재조정을 거쳐 자기조직화하도록 내버려 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실업, 수많은 기업도산 같은 극도로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이를 인내할 능력이 없다. 고이즈미 새 총리는 아직 아무런 구체적인 개혁을 하지 않았는데도 87%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뭔가 새롭고 신선한 일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기 전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비관적(bearish)이다"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3대 메가트렌드를 꼽는다면. "첫째 경제 글로벌화의 가속화다. 둘째로 기술이다. 셋째 그 중에서도 소프트 기술, 소프트 과학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대개 기술을 얘기할 때 컴퓨터 통신 등 하드(hard) 기술을 얘기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소프트 기술, 즉 바이오기술 유전공학 등이다. 앞으로는 IT가 아닌 GT(Genetic Technology:유전공학)가 수십년간 가장 중요한 기술로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