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변 배경과 권력암투 .. '고려 무인 이야기 1'

고려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이승한(45)씨가 '고려 무인 이야기 1'(푸른역사,1만2천원)을 펴냈다. 그는 무인정권 4인방인 이의방과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을 중심으로 1천년 전의 쿠데타와 역사의 명암을 적나라하게 되비춘다. 그는 당시 무신란이 사전에 계획된 정변이었으며 특수한 정치상황이 맞물려 빚어진 사건이었다고 해석한다. 의종의 무능 탓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외척을 소외시키고 측근과 친위군을 키웠다. 이에 불만을 품은 문벌을 회유하기 위해 잦은 잔치와 환락을 펼쳤는데 뒤치다꺼리를 맡아야 했던 친위군 세력이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당시의 국가 운명을 들었다놨다 한 4인의 실력자들은 어떤 인물인가. 이의방은 쿠데타의 주역으로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강력한 통치권을 행사한 하급 무인. 오늘날의 대위 정도에 해당하는 신분이면서도 초창기 무신정권의 1인자로 떠올라 의종을 폐위하고 명종을 세운 뒤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지나친 권력욕으로 친형과도 갈등을 빚고 귀법사 승려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민심을 잃었다. 정중부는 온건파의 대표주자로 은인자중하며 신중하게 처신하다 이의방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왕실과 혼인관계를 맺으려다 경대승에게 일가족이 몰살됐다. 경대승은 무신정변에 참여하지 않은 청년 장군으로서 26세에 정중부를 제거하고 정권을 잡았으나 세력기반이 미약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이의민은 경주의 천민 출신으로 최고집권자가 된 장군. 밑바닥에서 일어나 왕이 될 꿈을 꾼 그는 미타산 별장에서 결국 최충헌에게 살해됐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역동적인 무인집권 시대와 하급무인들이 체제를 전복한 배경,이후 1백년간의 권력암투 과정을 흥미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