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민' 기르는 교육 .. 박성준 <보스턴컨설팅 이사>

박성준 나에겐 독일 문학에 경도되어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들은 강좌 중 하나는 독일의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를 교재로 삼았는데 그 내용이 내겐 충격적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국어 교과서 하면 자국의 언어로 쓰여진 대표적인 시 소설 수필 등이 적절히 섞여 있는 모음집으로 생각했고 그 연장선 상에서 글을 읽고 분석하는 것을 국어 수업의 당연한 형태로 알았다. 그런데 나는 이 독일어 교과서라는 것이 내가 알던 국어 교과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데 놀라고 말았다. 예를 들면 교과서의 한쪽에는 독일의 여당이었던 기민당의 신문 광고가 나와 있고 반대편 페이지에는 기민당의 이런 선전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토의와 비판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었다. 독일의 국어 수업은 이런 질문을 기초로 한 토론과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 것이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후 학부의 작문 및 영어 수업을 듣고 글을 써 교지에 실을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여기서 접한 미국의 국어 교육은 한국에서의 국어 교육과정이 분석과 강의 위주인 것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읽고 토론하고 글로써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실용적이면서도 원칙에 충실한 교육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거의 예외 없이 거치게 되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은 정말 많은 과목과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깊이 면에서도 어느 나라에 뒤지지않는 것으로 듣고 있다. 따라서 이런 교육과정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대학입시까지 상당한 인고의 시간을 강요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양성된 인재들이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이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제도가 정확한 비판의식과 양식을 가진 선진국 시민을 양성하고 세계 시장에 나가 우리를 표현하고 우리의 이익을 지킬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에 항상 등장하는 '도덕적 해이'와 무능력 무책임을 보면 개혁의 출발점은 우리 교육 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새로운 교육 모델의 수립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