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Impact! 외국자본] (13)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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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산업 현주소 좌담 - 제1부.끝 ]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자본이 국내금융시장에 가져온 변화의 파장을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최경환 본지 전문위원의 사회로 관계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 4일 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금융산업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이 피할수 없는 대세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외국자본의 수용태세와 국내 토종업체들의 대응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어윤대
이찬근
좌승희
전광우
사회 :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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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전문위원 =외환위기 이후 밀려들어온 외국자본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금융 제조업 등 분야별로 공과를 따져보고 외자유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우선 한국경제신문이 그동안 진행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 임팩'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주시죠.
△ 전광우 부회장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자의 영향력이 확대된 만큼 국민적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자본에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들이대보는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 2∼3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은 금융산업을 출발점으로 잡은 것도 좋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진행하는 동안 논리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 주기 바랍니다.
△ 좌승희 원장 =외자의 공과를 평가하기 위한 체크 포인트는 국내 자본확충에 기여했는지, 경영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했는지, 기업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됐는지 등입니다.
이같은 잣대를 가지고 따져보고 나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 이찬근 교수 =금융산업을 다루면서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관행 변화를 너무 편향적으로 다룬 감이 없지 않습니다.
반면 외자유치로 인한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측면에서의 접근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이 점을 보완하기를 바랍니다.
△ 최 위원 =이제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외자유치가 한국 경제에 끼치고 있는 영향을 따져볼까요.
△ 어윤대 교수 =거시측면에서 볼 때 저축 차관 외국자본에 의한 투자 등이 국내 산업에 필요한 자본입니다.
그동안 저축과 차관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자본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무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한 제조업체의 젊은 사장은 외환위기 전에는 애써 공부한 내용이 거의 필요없을 정도였지만 외국자본의 영향으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서서히 자리잡으면서 과거에 배운 것들이 필요해지더라고 말하더군요.
외국자본은 기업 투명성과 같은 기본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땅에 몰고 왔습니다.
물론 국내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자본차익을 노리는 벌처펀드같은 성격의 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인 성격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 부회장 =그런 점에서 외자의 형태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이전과 고용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FDI)와 단기 수익을 노린 포트폴리오 투자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FDI와 관련된 업체들이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제조업 고용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수출이나 고용 등에서 외국자본이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만 금융관행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시킨 것이나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시킨 것은 외자의 긍정적인 효과였습니다.
△ 이 교수 =최근 몇년간 한국은 저축률은 35%대를 유지하면서도 투자율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26%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행에 쌓인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지 않는 것은 수익성을 강조하는 외자의 영향 탓도 크다고 봅니다.
외자가 내세우는 수익성 잣대에 따르자면 국내 기업들중에 투자할 만한 곳은 거의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는 고용과 생산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 동일한 수익성을 올리지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고용을 유지해 왔습니다.
외자는 국내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지 한국을 발판으로 아시아로 나가려는게 아닙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외자를 유치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다.
외자유치에 대한 전략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 최 위원 =외자로 인한 투자위축과 국내 시장 잠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고용문제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3년동안 외국인 투자는 총 4백억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고용창출 등과 관련된 이른바 그린필드 투자는 1백억달러였고 나머지는 M&A 등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우선 투자 문제부터 말씀해 주시죠.
△ 좌 원장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과잉투자를 해온게 사실입니다.
현재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주식시장에서도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축률과 투자율의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수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 어 교수 =우선 외자가 들어와서 투자가 안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시장 잠식과 관련해서는 금융부문이 우려됩니다.
도매금융을 위주로 해온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최근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한 소매금융에서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을 보호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결정은 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죠.
스스로 경쟁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 전 부회장 =고용창출 효과가 큰 외자를 끌어들이려면 한국 경제를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 이 교수 =지난해 독일에 가보니 전체 은행권 여신의 60% 이상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었습니다.
더구나 독일은 정부가 보증해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만일 정부 보증을 끊는다면 90% 이상은 대출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독일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떻습니까.
글로벌 스탠더드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 어 교수 =물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투명성이 더 떨어지는게 현실입니다.
독일 기업들은 투명성과 같은 기본적인 기준은 이미 충족시킨 상태입니다.
△ 최 위원 =은행산업에 대해 좀더 얘기해 주시죠.
△ 어 교수 =국내 은행산업이 외국계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지난해부터 외국계에 소매금융을 허가했습니다.
자체 경쟁력을 갖춘 다음 문을 연 것이죠.
이와 관련, 대기업에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실채권으로 인해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은행을 외자에 넘기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은행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철저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 전 부회장 =대기업의 은행소유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등을 이용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들은 리스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외국계의 브랜드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 이 교수 =은행을 대형화하는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이 아닌 로컬 산업에 속해 있습니다.
은행을 아무리 키워봐야 외국에 가서 경쟁할 수 없습니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은행들이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 전 부회장 =지방에 외국은행이 진출하면 소규모 지방은행이 외국은행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은행에서 정보기술(IT) 투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효율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입니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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