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뒤처리 '골병' .. 産銀에 공자금 투입 배경

산업은행의 허리가 휘고 있다. 산업자금 조달과 배분이라는 원래 기능보다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뒤치다꺼리하는 부수적인 업무가 산더미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시장 안정에까지 총대를 메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사실상의 공적자금을 또 수혈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손쉬운게 국책은행'이라는 식으로 산업은행을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대 국책은행의 위상과 신인도 역시 조금씩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를 대신해 1조3천억원을 출자했다. 언제 상장될지, 과연 정상화가 가능할지 모르는 투신사들이었지만 어떻게든 공적자금 조성은 피하고 보자는 정부의 다급한 선택의 결과였다.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산업은행이 출자하고 똑같은 금액의 공적자금을 산업은행에 넣어준다'는 편법이 동원됐다. 실제로 정부는 공적자금 40조원이 추가로 조성되자마자 지난해 12월 1조3천억원을 산업은행에 출자해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겼다. 올들어 회사채 시장이 마비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다시 산업은행을 최전방에 투입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그것. 회사채 만기 물량의 80%를 산업은행이 모두 인수해 준다는게 신속인수제의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은행이 인수한 80%중 50%포인트 만큼은 프라이머리CBO에 편입시키고 나머지는 채권은행과 산업은행이 직접 떠안는 구조였다. 산업은행이 이같은 방식을 통해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채는 총 1조8천5백63억원어치. 그러나 정부 설명대로라면 지금 산업은행은 1천8백56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실제론 6천48억원을 보유중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총 6조원의 회사채를 인수할 예정이다. 지금 추세라면 충당금을 10%만 쌓는다고 가정해도 2천억원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산은은 지난해에도 대우 충당금 적립,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따른 주식평가손 등으로 1조3천9백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 또 산업은행을 동원했다. 18조7천억원의 한국전력 자회사 차입금에 대해 산업은행이 보증을 서주도록 한 것.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현재의 12.3%에서 9.5%로 떨어지고 수익성도 악화될 게 확실하다. 결국 이번에도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해법이 나왔고 그것이 3조원어치 한전 주식을 현물 출자키로 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30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제시장의 눈길 역시 고울리 없다. 정부는 산은을 통해 경기진작 효과까지 거두겠다지만 이래저래 산은의 허리만 휘어지고 있다. 장진모.김인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