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Artist] "빛없는 벽의 세계속 인생의 희망 그려요"

[ 서양화가 한지선 개인전 ] 문은 자물쇠로 닫혀 있고 담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벽면은 철거 직전의 폐가처럼 무수한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벽에는 항상 열린 창이 달려있지만 감옥의 창살처럼 넘나들 수 없는 탈출구다. 서양화가 한지선씨가 보여주는 공간은 벽이다. 부정형의 합판으로 엮어낸 고독의 세계다. 빛 없는 벽 안의 세계에서 구원을 갈망하는 듯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최근 왕성한 작품 발표로 주목받고 있는 한씨가 11일부터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13번째 갖는 개인전으로 '자존심''커플''성'등 독특한 입체화면을 보여주는 작품 20여점을 내놓는다.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한씨는 미국 유타대학원을 다니며 미국에서 7년간 활동한 전업작가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평면회화를 추구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귀국 후 상징과 메시지가 강한 조형작품으로 변신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미지로 쓴 일기'라고 말한다. "제가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알 수 없는 관계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그는 "즉물적으로 보이는 화면은 어둡고 공허할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작품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합판을 톱으로 자른 후 그 위에 석고 돌 철망 등을 붙이고 아크릴을 바른 후 구멍을 뚫거나 상처를 낸다. 올해 한국미술정예작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내년 5월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때는 새로운 재료로 다양한 실험작들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20일까지. (02)738-757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