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왕즈둥 사퇴 파문

베이징(北京)이 '왕즈둥(王志東)사퇴 파문'으로 시끌벅적하다. 중국 최고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의 CEO였던 그가 지난 4일 갑자기 회사를 떠난다고 선언한 게 파문의 진원이었다. 그는 중국 인터넷산업을 대표하는 최고 벤처스타.중국 인터넷업계에 포진한 해외유학파와는 달리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토종 벤처인'이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그런 그의 사퇴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확한 사퇴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대주주인 미국 벤처투자가와의 갈등 때문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왕 총재는 대주주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대적 감원을 요구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총재는 또 대주주 측이 추진하려던 중화왕(中華網)과의 합병 역시 반대해왔다. 대주주 측은 주식을 중화왕에 매각,투자 일부를 회수하려 했던 것. 그가 물러난 다음날 신랑왕은 직원 30% 감원을 발표했고, 중화왕과의 합병은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유야 어떻든 중국인들은 신랑왕과 같은 국민적 기업이 외국자본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데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일부 언론은 '외국의 벤처투자가 중국에서 단물만 빼먹고 빠져나가려 한다'며 비난했다.'외국자본이 신랑왕을 강간했다'는 자극적인 용어도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업계는 조용하다. 업계는 이번 일이 국민정서를 자극, 정보통신분야 외자유치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왕즈둥과 함께 중국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던 장차오양(張朝陽) 소후 총재는 "왕 총재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았기에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라며 "그게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후에는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서방 자본은 중국법망을 피해 중국 인터넷시장에 깊숙이 침투해 왔다.인터넷분야는 이미 WTO에 가입한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자금이 유입됐던 신랑왕은 지금 그 후과(後果)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번 파문을 통해 WTO가입 이후 중국기업이 직면하게 될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