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공강우

비와 바람을 부르고 멈추는 일은 인류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눈앞에 둔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뭄과 홍수 태풍 폭설등 자연재해를 막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인위적인 조절은 고사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기상이변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비명소리만 커지는 실정이다. 90년만의 대가뭄으로 인해 식수마저 부족한 상황을 맞아 기상청이 내주초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요드화은을 뿌려 빗방울을 만드는 것으로 1946년 미국의 랭뮤어와 셰이퍼가 처음 실험에 성공한 뒤 세계 각국에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네바다 텍사스주 등에서 매년 인공강우를 통해 4천5백만t 가량의 물을 얻고,러시아 남부지방에선 로켓탄이나 고사포탄 속에 요드화은을 넣어 쏘아올려 우박을 방지한다는 보고다. 호주 남부지역의 태즈메이니아에서도 매년 인공비를 내려 2억4천만t의 물을 더 얻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94∼95년 가뭄 이후 관심이 증대돼 여러차례 실험이 이뤄졌으나 예산문제로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인공강우는 구름이 형성돼 있을 때만 가능한 만큼 아무 때,아무 데서나 비를 내리게 할 수는 없다. 이번 실험 역시 성공해도 당장 비를 내리게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의 관심을 끌고 실용화를 앞당기는 정도라 한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연구해도 2007년에야 실용화가 가능하리라는 예측이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1907∼64)은 62년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 급기야 봄이 와도 새싹이 돋지 않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둡고 무서운 침묵의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약만으로도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적인 자연파괴를 감행해왔다. 지난 겨울 폭설에 이은 대가뭄은 '자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언젠가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야 할 것'이라던 한 인디언 추장의 말을 새삼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