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비교광고' 붐 .. 후발업체, 선발업체와 차별화 전략

MSN은 지난달 "니들 정말 이렇게 밖에 못 찾을래"라는 제목 아래 엠파스와 라이코스의 상징물인 토끼와 개가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지하철 객실에 붙여놓았다. 자사의 검색 서비스가 경쟁업체들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발업체들을 걸고 넘어진 것. MSN은 이에 앞서 자사 e메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음역은 국내역,핫메일역은 글로벌역"이라는 문구를 담은 노골적인 광고를 내보낸 적도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IT)업계에 비교광고,비교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시장여건과 기술흐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후발업체가 "파이"를 나눠갖기 위해서는 선발업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경쟁사 물고 늘어지기"를 하고 있다. 인기가수 유승준이 스피드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쏜살같이 달려 경쟁자를 따돌린 다음 "집 앞까지 따라와봐"란 멘트로 끝을 맺는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광고도 비교광고의 일종이다. 경쟁사의 구리선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정보보안업체인 시큐아이닷컴은 최근 해킹을 차단하는 방화벽 신제품(시큐아이월)을 출시하면서 비교 마케팅을 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방화벽 시장은 시큐어소프트,어울림정보기술 등 국내 업체와 이스라엘의 체크포인트,미국의 넷스크린사 등이 이미 선점한 상태. 후발주자인 시큐아이닷컴은 자체적으로 테스트장비를 구축,경쟁사 제품과 공개적으로 성능을 비교해 그 결과를 광고는 물론 고객에게 보내는 제안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가상사설망(VPN)제품을 출시할 때도 비슷한 비교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창신소프트가 자사의 일어번역 소프트웨어 "이지트랜스"를 알리기 위해 전문 번역가와 대결을 펼치게 해 정확도는 사람이,시간은 소프트웨어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보한 것도 비교마케팅의 일례이다. 이전에는 다음이 "이순신 장군님,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라며 경쟁사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는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고 엠파스도 "야후에서 못 찾으면 엠파스"라는 문구를 담은 지하철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 아직까지 비교광고의 표적이 된 업체 관계자들은 "특별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동종업체들과 감정 싸움을 벌여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후발업체 입장에서는 비교광고를 통해 선두업체들과 비슷한 반열에 올랐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수확이다. 또 가격경쟁력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어려운 만큼 제품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비교광고를 선호하는 업체들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광고 및 마케팅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계속 완화하고 있어 IT업계의 비교광고 비교마케팅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