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하반기부터 살아난다"..산토메로 FRB 총재-김대식 교수 대담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앤서니 산토메로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FRB) 총재가 참석, '미국 은행시스템의 발전적 구조변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산토메로 총재는 지난 76년부터 24년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를 역임했고 작년부터 필라델피아 FRB 총재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대식 한양대 교수(경영학부)와 산토메로 교수의 대담 내용. ◇ 김대식 교수 =미국 경제 전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 산토메로 총재 =FRB는 올들어 5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인하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약 6∼9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9월부터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운 전망이긴 하지만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돼 내년엔 본격적인 경기상승 국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재고가 조정되고 있다는 것도 경기회복을 알리는 청신호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재고조정이 완료되는 등 대부분 제조업이 재고 조정단계에 있다. 세금감면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도 올 3.4분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 김 교수 =최근 미국 FRB 내부에서 그린스펀 의장과 FRB 이사들간 불협화음이 많이 들린다. 물가 안정이냐, 경기 부양이냐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산토메로 총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6명의 이사, 12개 지역 FRB 총재중 5명으로 구성돼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각 지역 FRB 총재들은 출신지역을 대표해 다양한 분석자료와 전망을 내놓기 마련이다.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각자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이므로 매파냐 비둘기파냐를 가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김 교수 =한국은행은 이달초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경기 부진 지속 여부에 유의하겠다'고 밝혀 정책의 강조점을 물가에서 성장률 쪽으로 옮긴듯한 모습을 보였다. ◇ 산토메로 총재 =한국내 경제상황이나 한국은행의 입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결론을 내리더라도 판단 근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화정책은 과거 사실이 아닌 현재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된다. 단기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어떤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에 차이가 생긴다. 지난 번엔 물가불안이 가장 큰 문제였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경기후퇴가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됐을 수 있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과 융통성이다. 각종 제반 사항을 고려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취해야 한다. ◇ 김 교수 =한국의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해 평가를 내려달라. ◇ 산토메로 총재 =금융권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금융권 제도.운영 시스템을 정비해 국제 자본시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노력은 높이 살만 하다. 이제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과 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 자체의 자율 감시기능이 이루어지도록 금융감독 관련 인프라를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 금융감독 기능과 관련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 감독 기관별로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감독 기관 내부의 유연성도 높여가야 한다. 감독기관이 피감독 대상인 개별 금융산업과 금융회사들에 대해 올바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피감독 기관과 함께 금융감독 기구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