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녹아든 유럽의 축제문화 .. '유럽의 축제'

프랑스에서는 왜 더운 하짓날 화톳불을 피울까. 룩셈부르크의 순례자들은 왜 성령강림절에 껑충껑충 뛰는 걸까. "유럽의 축제"(울리히 쿤 하인 편,심희섭 옮김,컬처라인,2만5천원)에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15개국의 축제와 민속문화가 집약돼 있다. 올컬러 4백16쪽. 집필자들은 민속학자와 문화사가,저널리스트,작가 등 해당 문화권의 전문가. 이들은 유럽 축제의 특징을 "일상성"이라고 정의한다. 생일이나 결혼식,세례식 등 가족 잔치에서 대규모 거리축제까지 모두들 한데 어우러져 기쁨을 나누는 생활문화라는 얘기다. 유럽 축제의 큰 축은 성탄절과 부활절,성령강림절 등 세 가지. 역사적으로 기독교의 세례를 흠뻑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과 밀접하게 연관돼 "열린 마당"으로서의 기능을 다한다. 백화점식 행사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우리 경우와 대조적이다.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다. 그리스에는 1월에 기혼여성들만 참여하는 "남근축제"가 열린다. 의식이 끝나면 여자들은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마음껏 억눌린 열정을 발산한다. 3월에 열리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불꽃축제는 며칠 사이에 도시 전체의 1년 예산을 연기로 날려버린다. 웬만한 집 한채 값인 조형물들을 "불의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집단 속죄의식"으로 없애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에서 해마다 5백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리지만 "한국방문의 해""지역문화의 해"등 이름만 거창했지 내실은 별로라는 소리가 높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생활속의 진정한 축제와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