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야속한 채권단"..말뿐인 어음할인 한도확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중인 대우전자가 채권금융기관의 비협조와 이기주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음할인 한도를 약속한 만큼 늘려주지 않고 있는 데다 일부 은행의 경우엔 개별채권의 회수에 나서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14일 관련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채권은행들은 최근 대우전자의 독일 영국 중국 멕시코 등지의 해외법인에 대해 대출금 상환이 지연돼 소송절차에 착수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해외법인의 경우 기업개선약정에 따른 채권유예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채권회수에 나선 것. 해외법인에 대한 대출금은 본사가 보증을 섰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면 본사에 대한 채권 가압류로 이어져 정상영업이 불가능해진다. 외환은행은 이에 대해 미수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내부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은행은 또 해외지점을 통해 본지사간 D/A(무역환 어음) 거래대금을 대출금과 상계처리시키겠다고 통보해와 수출마저 지장을 받고 있다고 대우전자는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해외법인의 경우 본지사간 거래내역을 채권은행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외국계 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등 은행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대우전자는 은행들이 지난해 10월 로컬LC(신용장) 한도 대신 어음할인 한도를 6백억원 늘려주기로 채권단회의에서 합의했으나 2백40억원 확대에 그쳐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자칫 기업의 회생의지를 꺾어 채권회수에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 실사를 맡았던 안건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는 해외법인의 채무도 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돼있지만 기업개선약정에는 빠져있는 등 제도적 허점도 워크아웃의 정상적인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반기 결산과 금융권 구조조정 시기가 맞물리면서 영업실적이 비교적 우량한 워크아웃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인 채권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는 올 1·4분기 매출 7천6백60억원에 1백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