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탈출구가 없다" 1.70원 낮은 1,291.60원 마감

환율이 엔화 약세 진행이 멈춘 틈을 타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정체 양상이 이어져 환율은 장중 1,291원선에 붙박혀있다시피 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 내린 1,29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점은 1,292.50원, 저점은 1,290.60원으로 하루 등락폭이 불과 1.90원에 그쳤다. 올들어 가장 변동폭이 적은 날이자 7개월중에도 최소였다. 올해는 지난 2월27일 2.40원을, 지난해 11월14일 1.20원을 나타낸 바 있다. 거래량도 서울외국환 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이 29억5,840만달러(현물환 20억2,100만달러, 스왑 9억3,740만달러)로 40억달러 가량의 평균치에 크게 미달했다. 달러/엔의 변동외에 수급이나 재료는 가뭄에 시달렸으며 시장거래자들의 의욕은 많이 꺾였다. 큰 수급이나 대외변수의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이같은 장세의 지속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이닉스반도체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가격과 조건 등이 빠르면 15일 밤늦게 확정될 전망이나 언제 어떤 식으로 물량이 들어올 지가 미지수라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5일도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날만한 기미가 없어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포지션은 약간 남아있는 정도로 마쳤으며 좁은 범위내에서 사자와 팔자가 혼조세를 보였다"며 "어제 강했던 역외매수세도 잠잠한 것으로 보아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도 수급이나 재료상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1,290∼1,295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DR발행은 은행권에 상환할 자금이 많아 시장에 물량공급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상징성을 띤 채 환율 상승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고 덧붙였다. ◆ 원-엔 동반 침체 = 달러/엔 환율은 122엔을 축으로 좌우왕복하는 수준에서 정체됐다. 달러/원의 움직임을 거둔 가장 큰 요인.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은행에 대한 추가금융완화 압력과 일본의 4월중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크게 낮은데 따른 경기침체 지속 우려감으로 122.12엔에 마감한 달러/엔은 이날 개장초반 일본 수출업체들의 매물로 121.68엔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달러/엔은 시오카와 재무상의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 발언과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 필요하지 않다는 일본은행(BOJ) 하야미 총재의 발언이 맞물려 121.80∼122엔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하야미 총재의 발언은 최근 추가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필요성 언급에 따른 엔화 약세 압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15일까지 열리는 BOJ 정책이사회의 추가 통화정책 완화조치 도입여부에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이 몰려있다. 역외세력은 전날에 이어 개장초 달러매수에 나서 추가하락을 막았으며 중반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 업체는 기준율(1,292.10원)보다 높은 선에서 네고물량을 대기시켜 상승을 막아 위아래가 뚜렷하게 막혀있음을 입증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2.30원 낮은 1,291원으로 출발했다. 뉴욕장에서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달러/엔 상승과 나스닥지수 하락으로 1,295/1,296원에 마감된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출발. 달러/엔이 121엔대로 내려선 영향이 더 컸다. 개장 직후 환율은 내림세를 보이며 이날 저점인 1,290.60원까지 내려섰으나 달러/엔 소폭 반등과 결제수요 유입 등으로 1,292.20원까지 오른 뒤 대체로 1,291원선에서 횡보하다가 1,291.9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마감보다 0.10원 오른 1,292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의 122엔 재등정으로 1,292.50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한동안 1,292원선에서 꿈틀거렸다. 오후 3시를 넘으면서 환율은 달러/엔이 반락하자 업체매물이 공급되며 1,291.10원까지 내려선 뒤 다시 1,291원선으로 행동반경을 옮겼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틀간의 순매도세를 접고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571억원, 172억원의 동반매수를 했다. 이번주 들어 외국인 매매 규모가 적어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2,6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9,4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5,320만달러, 5억8,420만달러가 거래됐다. 이번주 들어 현물환거래량은 3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기준환율은 1,291.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