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담은 4계절 소리 .. KBS '환경스페셜'

'멀리 산사에서 들려오는 범종소리''대장간에서 달궈진 낫을 물에 담금질하는 소리''맹꽁이 울음소리''초등학교 담장 너머 들려오는 풍금소리'… 어릴적 친근하게 들려왔지만 이제는 고층건물들과 자동차 소음 속에 묻혀버린 추억의 소리를 안방TV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KBS 1TV의 '환경스페셜'(수요일,오후 10시)은 20일 특집으로 '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사계(四季)'를 방영한다. 지난 99년 환경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백선'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리 1백24개를 담았다. 제작비 9천여만원에 제작기간이 1년3개월 걸린 이 프로그램은 '프롤로그''겨울,또 하나의 활력''봄,깨어남''여름,땅 그리고 에너지''가을,수고한 자의 풍요''겨울,쉼 그리고 여백''에필로그' 등으로 구성된다. 각 계절에는 자연과 생명의 소리,고향의 소리,삶의 현장 소리 등이 담겨져 있다. 시청자들이 이런 소리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내레이션도 사용하지 않았다. 장해랑 PD는 "어른들은 어릴적 향수에 잠기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자연의 신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이 고향을 떠올릴 만한 소리로는 '길쌈소리''갯벌 아낙들의 꼬막 잡는 소리''연평도 풍어제 소리''시골 분교의 학교종 소리''상여소리''설피 신고 눈 밟는 소리' 등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소리로는 '강얼음 깨지는 소리''오징어 물뿜는 소리''왕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소리''동자개 우는 소리''말매미·쓰름매미·털매미 울음소리' 등이 있다. 장 PD는 "'디지털로…'에 담겨진 소리중 가공하거나 만들어낸 것은 하나도 없으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 모두 녹음했다"며 "이번에 녹음한 소리중 절반 이상이 몇년 지나면 다시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런 소리를 나중에도 활용하기 위해 촬영했던 모든 내용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33분) 2백50개를 보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시작되는 디지털TV방송에 대비해 화면과 소리를 모두 디지털로 제작했다. 음향의 경우 4개의 디지털마이크를 이용했으며 화면은 영화 화면과 같은 비율(16:9)이다. 하지만 실제 TV방영에선 아날로그 방송의 음향송출 방식인 스테레오 방식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의 입체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