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0여社, 中國시장 '노크'] "위기탈출 비상구..."..의미
입력
수정
한국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중국의 제2증권시장인 차스닥이 위기 탈출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차스닥은 오는 10월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며 빠르면 연말께, 늦어도 내년중에는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스닥은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벤처기업들에는 자금조달처로, 벤처캐피털들에는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 왜 차스닥인가 =차스닥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중국 자본시장의 급성장에 기인한다.
개설된지 10여년 된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는 모두 1천2백여개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이 약 7백조원에 이른다.
세계 11위의 규모로 한국의 3배 수준이다.
개인투자자가 6천만명에 달한다.
차스닥 등록을 추진중인 중국기업은 2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의 자본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을 때도 중국 시장은 성장했다"며 "차스닥 개설을 계기로 자본시장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증시에서는 차스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18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통업체인 용오우(用友)는 사흘만에 액면가 1위안의 90배인 90위안선(1위안=약 1백60원)까지 올랐다.
창업자인 왕원징 사장은 50억위안의 자산을 가진 거부로 떠올랐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나스닥에서 시작된 벤처투자 열풍이 중국에 상륙했다"고 풀이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미국의 아이디지그룹과 매킨지 등이 차스닥을 노리고 중국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외국 투자기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개인예금이 8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돈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차스닥 개설 후 1∼2년은 붐을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의 새로운 중국진출 전략 =차스닥 등록까지 염두에 두고 중국 진출 전략을 짜는 곳은 주로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
이들은 기술을 중국 기업에 제공하는 대가로 합작법인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 법인을 차스닥에 등록시키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이 중국 업체와 함께 지난 3월 설립한 C&K하이테크는 카보텍을 비롯해 한비젼 마그네틱솔루션 보인젠 버들 연두원 등 18개 국내 벤처기업이 보유한 21개 기술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과학기술원의 문경덕 기술이전팀장은 "광저우 시가 카보텍의 정화조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5건의 합작법인 설립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수정진동자베이스를 생산하는 제원전자는 지난해 3월 2백만달러를 들여 산둥성에 만든 현지법인을 3년내 차스닥에 등록한다는 구상이다.
청호전자통신은 중국 현지법인인 연태과내사전자유한공사(코넥스)를 내년초 중국 증시에 상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증권사와 상장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차스닥 등록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코넥스는 산둥성이 만든 벤처캐피털인 산둥성고신기술투자유한공사 등으로부터 지난 4월 1천2백77만달러를 유치해 합작법인으로 변신했다.
◇ 차스닥은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유망투자처 =국내 벤처캐피털의 해외 투자는 주로 미국 일본 등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TG벤처 에스엘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등이 차스닥을 겨냥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홍콩에 자본금 4백만달러 규모의 현지법인(TG아시아벤처스)을 설립한 TG벤처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여 중국 등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6월말께 결성할 2백억원 규모의 해외투자조합 가운데 절반 가량을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중국 수출이 50% 이상인 회사 △중국 현지기업 등에 투자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에스엘인베스트먼트도 1천만달러 규모의 해외펀드를 조성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이영수 대표는 "차스닥이 개설되면 중국 자본시장은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네트워크는 지난 2월 개설한 베이징 사무소를 중심으로 중국내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투자 기업의 중국 진출, 한국과 중국 벤처산업간 교류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연내에 1∼2개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오광진.이성태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