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油化 해법 채권단-대주주 마찰

현대석유화학 처리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대주주가 마찰을 빚고 있다. 채권단에선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자금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대주주 지분의 완전감자와 경영진 퇴진이 전제돼야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대주주측에선 추가적인 자금지원이나 감자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논의된 바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유화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이덕훈 행장은 18일 "현대유화는 부채가 많아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대주주가 스스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나 그게 안돼 대출금만기 연장이나 출자전환 등 채권단 지원이 필요할 경우엔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방법은 감자와 퇴진이라고 덧붙였다. 비상장회사인 현대유화의 지난 2월 말 현재 자본금은 7천81억원이며 대주주는 현대중공업(49.87%) 현대자동차(14.99%) 현대건설(11.63%) 현대산업개발(9.53%) 현대종합상사(6.95%) 등이다. 이 행장은 또 "지금같은 상황에서 제3자 매각을 하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우선 채권단 출자전환 등으로 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올린 뒤 팔더라도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롯데계열의 호남석유화학과 덴마크의 보레알리스사 등과 진행 중인 매각협상도 일시 중단될 전망이다. 한빛은행은 빠르면 이번주 중 채권단회의를 열고 채권단 지원여부와 대주주 감자 및 경영진 퇴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현대유화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권단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않았으며 추가적인 지원규모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회생의지도 중요한 만큼 출자전환·감자 방안이나 주주의 자금지원 등은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제2주주인 현대자동차 역시 경영에 관여한 적도 없고 계열분리 상태라 책임질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유화의 정기이사회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어 이번 이사회를 통해 대주주측 지원방안에 대한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유화는 아더앤더슨 실사결과를 포함한 경영현안과 대산주유소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유화에 경영컨설팅을 했던 아더앤더슨은 지난주말 컨설팅 보고서에서 "7천억원의 차입금과 6천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등의 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희식·차병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