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와 선생님...웃기는 인생유전 .. '신라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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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코믹액션 "신라의 달밤"(감독 김상진.제작 좋은영화)은 이 한마디로 족하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좋다,몹시 웃기다.
"고교 동창생이 10년만에 깡패와 선생으로 재회해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좌충우돌 코믹액션"이라고 설명붙은 "신라의 달밤"은 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흥행대박을 터뜨렸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내놓은 작품.
사실상 "2탄"이라 여겨질만큼 상당부분에서 "주유소..."의 흔적이 보인다.
현재로부터 10년전.
경주로 수학여행온 강산고 학생들이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다.
소심하기 짝이없는 "범생이" 박영준(이성재)은 느려터진 "신라의 달밤"을 부르다 야유속에 마이크를 빼앗긴다.
마이크를 접수한 학교 "짱" 최기동(차승원)은 "그대에게"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바로 그때.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이 붙고 휘영청 달이 떠있던 그날밤 난투극은 두사람의 운명을 뒤바꾼다.
10년후.
경주에서 재회한 두사람.
상황은 완전히 역전돼있다.
영준은 "엘리트 깡패"를 자처하며 거대조직 중간보스가 됐고 "전설의 카리스마" 최기동은 "폭력교사"로 불리는 고등학교 체육선생이 됐다.
두 친구는 분식집을 하는 매력만점의 왈가닥 민주란(김혜수)을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댄다.
두 사람의 기막힌 인생유전은 "인생극장"을 연상하게도 한다.
내심 동경하던 상대방의 삶을 선택한 두 친구의 현재는 순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 하나의 인생일 수 있다.
하지만 만족스런 삶은 없는 법.
영준은 마이크 뺏길 염려없이 "신라의 달밤"을 마음껏 부를 수 있고,기동은 문제아들을 패고 운동장에 굴리며 "선생"으로의 쾌감을 맛보지만 자신의 것이었을 수도 있을 상대방의 삶을 또다시 부러워한다.
사실 떼어놓고 보면 뾰족할 바 없을 듯한 에피소드들은 만화적 상상력을 덧입고 황당한 상황에 웃고,엉뚱한 캐릭터에 배꼽을 쥐고,재치만발한 대사에 박장대소하게 되는 "신라..."는 "주최측"의 말마따나 분명 한국적인 코미디다.
영화속 유머엔 토착 정서가 뿌리깊이 스며있다.
"강산고 24회 최기동!"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만이 이해할 그 복잡미묘한 정서가 바로 "신라"안에 산재한 웃음의 뿌리다.
폭소군단의 일등공신은 단연 차승원.
"리베라 메"에서 방화범 연기로 배우로의 가능성을 예고했던 그는 "신라"에서 발군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자고로 선남선녀가 망가질때 더 웃기는 법이다.
그 잘생긴 남자가 멋지게 "날라 옆차기"를 하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엇나가는 모습이라니.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도 예의 발랄하고 경쾌한 연기로 생기를 더했다.
손무현 음악감독이 펼쳐놓는 음악적 재미도 솔솔하다.
감독의 "자기카피"라고? 조폭을 또 미화했다고? 풍자정신이 부재하다고?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재미있는걸.
23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