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인사 大彿

옛날 한국 불가에서는 대불(大佛)이라고 하면 높이가 1장(丈) 6척(尺)이상인 불상을 가리켰다. 석가의 키가 1척6장(약 4.8m)이었다는 전설에서 나온 기준인데 '장육존상(丈六尊像)'이라고도 불러 등신(等身)임을 강조했다. 경주 황룡사 9층탑에 봉안됐던 불상도 '장육존상'이었다. 인간의 욕심탓인지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는 등신불의 기준을 넘는 대불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얼마전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바미안의 마애불은 약 40m의 거상이었다. 우리나라 고려 불상으로는 논산의 관촉사석조미륵보살입상,부여의 대조사석조미륵보살입상,괴산 미륵석불입상,파주 석불입상,조선의 것으로는 김제 금산사미륵삼존상 등이 높이 10~18m의 대불들이다. 근래에는 30m가 넘는 대불들이 많이 조성됐다. 법주사에는 89년 높이 33m의 청동미륵불이,동화사에는 92년 33m(불신 17m)의 통일약사대불이 우뚝 섰다. 낙산사 신흥사에는 이보다 먼저 대불을 만들어 세웠다. 공주 송곡사가 36m의 미륵불과 37m의 와불을 건립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고찰들이 대불건립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하다. 이번에는 해인사(海印寺)가 높이 43m의 세계 최대 청동석가모니좌불을 건립하겠다고 나서 기공식까지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조계종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센 모양이다. 한 중진 스님의 비판에 격노한 해인사 스님들이 집단소동까지 벌였다니 자칫 잘못하면 문중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사찰이며 조계종의 종합수도 도량이다. 열반한 영암 자운 성철 스님의 유지를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분들은 스님들의 수도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신도들의 기도처를 분리시키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세계최대 불상건립이 참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량주의에 빠져버리면 중생교화는 뒷전이 된다. 불상조차 없는 바위굴로 불당을 삼으라던 원효의 말을 스님들이 왜 까맣게 잊었는지 모를 일이다. 정녕 대불을 세우겠다면 4.8m 장육존상의 크기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