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 '바프' .. 평범 거부...감각디자인 '으뜸'

지난 3월 화장품을 담당하는 언론사 기자들과 관련업체에 이색적인 초대장이 발송됐다.

태평양화학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색조화장품 출시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이를 받아본 사람들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초대장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녹색의 멋진 정원"이 담긴 초대장이었기 때문.

디자인 회사인 스튜디오 바프(baf·대표 이나미)의 작품이다.원형의 투명 유리에 흙과 살아 있는 식물을 담은 자연을 이용한 디자인이다.

바프의 디자인팀은 태평양으로부터 이니스프리 색조화장품을 언론에 공개하는 일을 맡았을 때 고민에 빠졌다.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홍보를 위한 캐치프레이즈였던 ''이니스프리의 정원으로 오세요''를 그대로 표현해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말 그대로 초대장을 ''정원''으로 만들어 ''정원''을 직접 배달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병에 흙을 담고 금사철이란 식물을 알맞은 크기로 심었다.

금사철의 높이와 잎의 수까지 정할 정도로 섬세한 작업이어서 아르바이트들에게 맡기지 않고 8명의 디자이너들이 모두 달라붙었다.밤을 새워 1백50개의 ''정원''을 만들었다.

이나미(40) 대표는 "종이 위에 잉크로 인쇄한 홍보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며 "경험적 촉감과 같은 감각의 통로를 통한 실험적 디자인을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 성공적으로 이끈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바프는 디자인 전문회사다.

그러나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정원 초대장처럼 기획 과정에서 제품의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책도 디자인하고 웹사이트도 디자인한다.

''서정희의 집'' ''만행'' 등 베스트셀러도 바프가 디자인했다.

고객도 다양하다.

한국은행 제일제당 데이콤 삼성출판사 바른손카드 등 고정 고객만 40여개사에 이른다.

자신을 디자인 프로듀서라고 소개하는 이 대표는 "디자인과 경영은 나눌 수 없는 관계"라며 "무한히 꿈꾸는 정신(dreaming beyond and further)이란 회사 이름처럼 변함 없는 정신을 디자인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02)763-5262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