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와의 대화] 존 리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매니저>

스커더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존 리"(43.한국명 이정복). 미국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인 KPMG에서 일하던 그가 스커더인베스트먼트로 옮긴 것은 지난 91년. 그 후 줄곧 외국인의 한국투자전용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0년동안 한국증시를 지켜 본 그는 "한국은 주식가격이 싼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대주주의 전근대적인 의식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코리아펀드 등의 포트폴리오 점검을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존 리를 만났다. -현재 맡고 있는 펀드 규모는 얼마나 되나. "코리아펀드만 6천억원 규모다. 한강구조조정기금도 운용하고 있다. 한국을 투자대상으로 포함하는 그로스펀드 이머징마켓펀드, 그리고 운용자문을 맡고 있는 펀드까지 합치면 3조원 정도 된다" -코리아펀드의 운용실적은 어떤가. "91년 이후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 주식을 사면 최소한 5년은 보유했다. 펀드의 이사진도 사외이사를 50% 이상으로 구성해 투명하게 운용,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운용수익률이 18.99%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달러 기준) 4.18%보다 4배를 넘었다" -코리아펀드의 운용원칙은 무엇인가. "가치 중심의 장기투자다. 가령 지난 92년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의 사례를 보자. 그때 3만원에 사서 4만∼5만원에 팔아 단기차익을 챙기는 것보다 10년 뒤에 4백만원에 팔아 1백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스커더의 일부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사면 평생 동안 보유해 투자원금의 몇배 되는 배당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5년 또는 10년 뒤에 팔면 종목선정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증시는 주가가 아주 싼 매력적인 시장이다. 저평가된 종목이 많다. 또 한국은 반도체 철강 통신 등 업종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있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스커더도 한때 전세계 포트폴리오의 5%를 한국에 투자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1%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한국 투자비중을 다시 늘릴 것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이유는.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의 전근대적인 의식구조다. 대주주는 소액주주를 동업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회사가 돈을 벌면 배당을 많이해 주주에게 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각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평점을 매겼다. 그 결과 일본 싱가포르 대만 기업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정경유착이 심각한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올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전망은. "스커더 내부에서도 경기침체(Recession)가 예상돼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과, 미국 경제는 유연성이 있어 경기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맞서고 있다. 개인적인 소신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얼마나 갈지는 중요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구조조정에 성공하고 경기상황이 좋아지면 외국인은 이머징마켓 가운데 한국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투자할 것이다" -한국 증시를 노리는 헤지펀드가 있다는데. "헤지펀드는 이제 그 힘을 잃고 있다. 걱정할 수준도 아니다. 1백명 이하의 사모펀드로 만들어진 헤지펀드는 환율이나 선물 등으로 투기적인 매매를 해서 수익을 올렸다. 종전에는 이머징마켓의 외환보유고 발표 수치와 실제 수치가 다르다는 점을 파고 들어 외환시장을 흔들었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수치 발표가 투명해져 공격 대상이 없어졌다. 대표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해산하지 않았는가"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