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전쟁에 가계빚만 '눈덩이' .. '1분기 동향을 보니'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신용 동향'을 보면 은행들의 집중적인 개인고객 공략을 반영,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대신 기업대출은 오그라들어 산업자금 조달창구로서의 금융회사 역할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가계대출은 자칫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은행이 가계 빚 키워 =올들어 가계 빚을 팽창시킨 '주역'은 역시 은행이었다. 일반 가정의 금융권 부채라고 할 수 있는 가계 신용 규모는 지난 3월말 현재 2백76조2천억원. 작년 같은 때보다 24.3%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빚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은행 및 보험사로부터 받은 대출은 지난 3월말 현재 2백49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25.1% 늘었다. 전체 빚 증가세를 웃도는 신장세다. 이는 올들어 은행들이 저금리를 미끼삼아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경쟁을 벌여온 것과 무관치 않다. 사실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올들어 지난 2월중 1조4천8백억원, 3월중 2조4천9백억원, 4월중 3조4천억원, 5월중 4조6백억원으로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부진 속에서도 은행들의 공격적인 가계대출 확대 노력으로 가계 대출이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인한 판매 신용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 등으로 할부금융을 일으킨 빚은 26조7천억원으로 같은 기간 증가율이 17.1%였다. 가계대출 신장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 기업대출은 위축 =은행 등이 개인고객 확대에 주력하면서 금융사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줄은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모든 금융회사의 원화대출금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말 49.1%에 달했다. 1년전의 40.6%에서 8.5%포인트 높아진 것.이 비중은 지난 98년말과 99년말 각각 34.9%와 39.9%에 그쳤다. 이는 상대적으로 기업대출이 위축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은행들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액은 지난 2월 6천3백억원, 3월엔 3천4백억원이 줄었다. 4월중 4천7백억원 늘었지만 이내 5월엔 1천9백억원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대기업보다 우량 중소기업,중소기업보다는 개인고객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계부실 '주의보' =올들어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은 금융사들의 골칫거리가 될 소지도 있다. 당장은 주택 담보를 잡고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해 대출을 해주지만 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면 가계 대출은 급속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은행대출 연체 등 개인 신용불량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4월말 1백8만명의 신용불량자 기록을 삭제했지만 5월말 현재 신용불량자가 2백50만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