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놀이방' .. 인근에 경쟁업체 등장

병원 관리직으로 일하던 K씨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 대학 유아교육 과정을 공부했다. 그녀가 주경야독을 하게 된 것은 먼 친척 때문이었다. 8촌뻘 되는 언니가 놀이방을 운영했는데 매출이 좋고 영업이 잘돼 상당히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어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8촌 언니가 K씨에게 놀이방을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직장생활로 번 돈을 착실하게 모아온 K씨는 평소 탐내던 놀이방이라 선뜻 회사를 그만두고 3천만원에 인수를 했다. 그러나 놀이방을 운영해 보니 의외로 보수하고 고쳐야 할 것이 많았다. 친척 언니가 유지 보수를 게을리 한 탓에 신세대인 K씨의 눈에는 내부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득이 기대 이상으로 오르자 욕심이 난 K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인근에 새로 짓는 신축 건물로 놀이방을 옮겼다.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새 빌딩으로로 옮기자 원아수도 꽤 늘어나 1년 가량은 큰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이방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나자 쉬는게 지겨워진 8촌 언니는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앞으로 편히 살겠다"고 했던 약속과 달리 K씨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언니는 인근에 규모가 큰 놀이방 겸 유치원을 오픈했다. 그녀가 신축 개업한 유치원은 시설이나 교육프로그램 등 모든 면에서 K씨보다 월등히 앞섰다. 그녀가 유치원을 열었다는 소문이 나자 원아들이 하나 둘씩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져 월세를 내기 어려웠고 대출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대출금 상환일이 다가오자 더 버티지 못한 K씨는 보증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헐값에 놀이방을 내놓고 말았다. 놀이방으로 인수할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워 권리금은 포기하고 다른 업종을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보증금만 받고 사업장을 넘겼다. 8촌 언니와는 사이가 나빠져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됐다. 요즘 K씨는 남은 빚을 갚기 위해 두 자녀를 친정에 맡기고 다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번 사례는 경쟁 점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 준다. 친척 조차도 이익 앞에서 1백%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리고 사업에서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K씨가 신축 건물로 놀이방을 옮길 때만해도 인근에 경쟁력 있는 유아원이 없어 학부모들은 K씨에게 환심을 얻으려고 했다. K씨는 새로 옮긴 놀이방의 시설이나 분위기에 도취해 다소 거만하게 학부형을 대하고 A 학부형에게 B 학부형의 험담을 하기도 해 엄마들 사이에는 소문이 좋지 않았다. 대출금을 빨리 갚으려는 욕심에 간식이나 식사의 질도 떨어져 부모들 사이에 불평이 나돌았다. 그때 사근사근한 K씨의 언니가 대규모 놀이방을 짓자 주저없고 그쪽으로 옮기고 만 것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