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기업부실 털어내고 '클린 컴퍼니'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CRC(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이 급증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진 교체,불필요한 사업부문 정리,재무구조 개선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전문회사가 절실했다. 그러나 국내에 부실기업 처리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기업부실을 오랫동안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생산설비 기술 인력 등 경제적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99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관련 법을 만들었고 그해 6월부터 CRC가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운용 현황=CRC 법이 만들어진지 2년만인 26일 현재 72개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가 등록해 영업중이다. 이중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한 회사는 60개사며 겸업사인 창업투자회사가 8개사,신기술 금융사업자가 4개사다. 납입자본금이 50억원 미만인 중소형 CRC가 49개사로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겸업사를 중심으로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인 회사도 23개사에 이른다. 지난해말 현재 26개 전문회사와 15개 CRC가 결성한 15개 조합이 3백14개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총1조7백68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유형별로는 경영권 인수가 23건(9백52억원)이며 채권매입 84건(3천8백95억원),기타 포토폴리오 투자 2백7건(5천9백22억원)이다. CRC의 핵심업무인 경영권 인수는 대부분 주식인수(21건)로 이뤄지고 있으며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권 인수실적은 아직 없는 상태다. CRC 성과=벌써 가시적으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KTB네트워크는 99년말 조합출자금으로 코리아PTG를 설립해 신화유화를 P&A(자신부채인수방식)으로 1백35억원을 투자해 인수,현재 부채비율을 1백60%로 줄였다. 지난해 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소방기기를 만드는 상장기업 세진(현 Sedak)의 유상증자에 1백83억원을 투입,당초 2004년에 화의를 벗어날 예정었으나 지난해에 경영이 정상화됐다. 큐캐피탈은 법정관리 업체인 유원건설,대성목재,동성철강 등 3개사의 국내외 M&A를 성사시켰다. 문제점=영세성과 전문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등록(자본금 30억원 이상)이 쉬워 우후죽순처럼 CRC가 설립되면서 건전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달초 산업자원부의 실사 결과,일부 CRC의 경우 최소한의 구조조정 전문인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A사는 주금을 가장납입한 이유로,B사는 주주명부를 허위로 작성한 이유로 등록이 취소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또 CRC 영업방식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한 것을 악용한 유사 수신행위 등 불법영업을 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최저 납입자본금을 현행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창투사와 자산관리회사에 준하는 전문인력 보유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조합원 모집 계획을 사전제출토록 하는 등 일반투자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CRC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CRC 활성화 방안=세무상 논란을 막기위해 모호한 구조조정대상기업 기준을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전문회사가 취득한 채권도 주식처럼 비과세해야 CRC들이 투자를 늘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구조조정조합에 법인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이 배당받는 소득을 비과세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또한 CRC의 난립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의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만큼 관련 부처의 감독 수위를 높이고 CRC협의회 자체적으로 자율수칙을 마련해야 CRC가 제대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