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자인도 벤처 ..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정경원 디자인 회사가 어떻게 벤처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디자인이야말로 모험성과 창의성이라는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벤처다. 벤처가 모험정신을 갖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면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의 욕구와 취향을 예측하고 명품을 만들어 내자면 모험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이 큰 만큼 성공의 대가도 커서 독창적인 디자인은 시장 석권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디자인 성공사례들을 보면 '전인미답의 새로운 시도'라는 수식이 붙어있다. 벤처의 생명력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의성이다. 디자인도 바람직한 이미지를 만들고 제품의 매력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고도의 창의성이 요구된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 창의성이 가치 창출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벤처와 디자인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디자인은 산업사회에선 단지 제품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적용되는 화장술이나 포장으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디지털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디자인을 핵심 역량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이러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디자인벤처 지원제도도 생겼다.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거나 기존 사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기업은 디자인벤처 인증을 받을 수 있고 디자인벤처펀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디자인벤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부서간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생산라인을 바꾸는데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일류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할 목표로 디자인의 특화전략을 펼쳐야 되는데 이는 유능한 경영자와 우수한 디자이너가 만날 때 가능하다. 특히 벤처정신이 디자인과 접목될 때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이 창출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디자인벤처가 아니더라도 벤처기업은 디자인을 경영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디자인벤처가 우리 경제의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