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매도공세 멎기 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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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세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봉쇄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결정을 하루 앞두고 주가는 개장초 반짝 강세를 접고 이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전날 급락에 따라 기대됐던 저가매수 유입도 외국인의 거센 매도공세에 사그라들었다.
미 나스닥이 5월 금리인하 기대와 내구재주문 증가 등 호전된 경제지표에 호응하며 상승했지만 주가는 하락압력을 벗지 못하는 양상이다.
정보기술 부문의 뚜렷한 경기회복 징후가 없다는 것과 함께 국내 정보기술주의 실적 악화가 미국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부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반도체 및 통신주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지수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는 지난 12일부터 시작돼 단 하루만 제외하고 지속돼왔다. 삼성전자가 3/4분기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매도를 벗어나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차트상 상승밴드가 붕괴돼 지난해 말 이후 반등추세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욱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난 2주째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 매도추세가 어디서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와 통신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이른바 과매도 국면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지수의 단기저항선으로 60일선과 120일선이 위치한 570선 중반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하락이 어디서 멈출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성급하게 저점을 설정하고 매수에 뛰어들기보다는 당분간 매수를 자제하면서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전날 급락에 이어 약세를 지속하고 있어 투자심리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중소형주는 지수관련주와 달리 프로그램 매수 등의 안전판이 없다는 점에서 종목별로 급락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1분 현재 585.63으로 전날보다 3.08포인트, 052%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0.03포인트, 0.04% 반등 74.56을 가리켰다.
지수선물 6월물은 개장초 상승을 보이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 축소와 기관 매물속에 0.15포인트, 0.21% 내린 7235를 나타냈다. 시장베이시스는 콘탱고상태가 유지되며 프로그램 매수가 1,000억원을 넘어 매도 95억원을 크게 앞섰다.
이날 증시는 미국 금리인하를 앞두고 강보합 출발한 뒤 외국인 매도 규모 확대로 종합지수 580대 중반으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은 개장초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내림세로 돌아선 뒤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 5월 내구재주문동향 및 신규주택판매건수 등 경제지표 호전과 실적경고가 뒤섞이면서 등락이 교차했다.
나스닥은 경기회복 징후를 흡수하며 소폭 올라 2,000선을 유지한 반면 다우는 메릴린치의 이번분기 주당순이익 반감 예상에 내렸다.
중소형주약세가 이어지며 하락종목이 580개로 상승종목 221개를 크게 넘어섰다. 수급불안으로 거래도 부진해 오전장에서 1억8,000만주와 8,160억원이 손을 바꿨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순매도 규모를 820억원 이상으로 키웠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5억원과 403억원 동반 순매수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대한투신에 이어 전날에는 모건 스탠리 딘 위터와 도이체 방크 등으로부터 줄줄이 실적전망 하향을 맞아 1% 안팎의 하락폭을 기록중이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와의 제휴 지연 및 무산우려속에 전날에 이어 소폭 하락하며 20만원아래로 내려갔다.
한국통신공사와 포항제철이 하락전환하고 한국전력은 전날에 이어 2% 가량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GDR 원주교환 시작에 따른 물량부담으로 5% 하락하고 현대차, 삼성전기 등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리인하와 구조조정 기대감에 국민과 주택은행이 소폭 상승하는 등 은행주 상승이 눈에 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KTF가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며 지수상승에 힘을 실었다.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은 약세를 지속중이고 국민카드와 기업은행은 소폭 상승세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