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세일시기 '이전투구'

다음주부터 열리는 대형 백화점들의 여름 세일을 앞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매년 1,4,7,10월 계절에 맞춰 자연스레 열리는 세일이 올 여름 유난히 시끄러운 이유는 오랜 관행이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관행은 7월 첫째주에 세일을 시작,17일간 세일을 하고 일요일에 행사를 끝내는 식이었다. 그런데 올해 이변이 일어났다. 현대백화점이 7월6일로 예정했던 세일 시작일을 갑자기 1일(일요일)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갤러리아백화점도 일정을 6일에서 1일로 바꿨다. 결국 '1일파'와 '6일파'로 양분된 것이다. 6일파는 롯데·신세계·미도파 백화점 등. 롯데가 먼저 발끈했다. 롯데는 "세일매출을 먼저 빼먹자는 의도로 보이지만 자충수를 둔 것 같다"며 "신문도 안 나오는 일요일에 고객에게 알리지도 않고 세일을 한다는 건 도둑장가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이 중간에 끼여 우왕좌왕할 것이란 걱정도 했다. 매출이 가장 많이 나는 롯데를 제쳐놓고 현대에 세일상품 물량을 먼저 배정하려면 눈치가 보일거란 논리였다. 세일에 버금가는 물타기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현대는 이번 세일기간 결정을 '고객만족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7월20일 이후엔 대부분 고객들이 휴가 가기 바쁜 시점이라 필요한 여름상품을 미리 싸게 살 수 있도록 일정을 배려했다는 설명이다. 협력업체들도 이미 브랜드 세일에 들어가 있어 물량배정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7월 세일은 일정을 앞당기는게 장사가 잘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엄밀히 보면 세일을 언제 시작하든,며칠간 하든 백화점 마음대로다.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연간 4회,한번에 열흘 세일하도록 규정한 정부 고시가 없어진지 3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간 매출이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백화점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협력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겠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