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소주 2社 상호비방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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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여,산(山)을 닮아라''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주보다 좋은 술이 있나요'
요즘 소주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의 '산'과 진로의 '참眞이슬露' 광고문구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를 보고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요즘 소주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진로와 두산은 산이 출시된 지난 2월부터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여왔다.
도우미를 동원한 각종 시음행사를 실시하고 패키지를 다양화하는 등 판촉활동을 강화했다.
진로의 경우는 알코올 도수를 1도 내리는 비상카드까지 동원했다.
문제는 이들의 시장쟁탈전이 '쟁탈전' 차원을 넘어 '상호비방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진로측은 산이 나온 바로 그날(1월16일) "산은 녹차성분이 포함된 주세법상 일반증류주이기 때문에 소주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담당기자들에게 전달해 이른바 '소주 진위논쟁'을 촉발시켰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진로측 주장이 맞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산이 법률적으로 소주인지 아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입맛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따질 뿐이다.
따라서 이 논쟁은 소모전의 성격이 강하다.
두산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두산측 관계자들은 "올들어 증권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된 '소주부문 매각설'의 진원지는 바로 진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재계 서열 10위권에 드는 대기업이 먹고 살기에 급급한 화의기업을 대상으로 할 행동은 아닌 것 같다"는 평을 하고 있다.
소주부문을 매각할지 않을지의 여부는 어차피 자신들의 판단에 달려 있는 만큼 좀 더 의연했어도 좋았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첨예한 대립은 결국 진로가 두산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두산측은 "조만간 언론을 통해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가 '구조조정의 모범(두산)' '한국소주의 대명사(진로)'라는 명성에 걸맞은 행동을 해줄 수는 없는지 아쉬운 생각을 감추기 어렵다.
송종현 생활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