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향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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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가 있었지만 관심은 없었다.
모멘텀 공백으로 매수 주체가 사라졌고 증시는 나흘째 아래쪽을 바라봤다.
상반기 마감을 하루 앞둔 28일 종합지수는 장중 내내 강보합권에서 움직이며 반등을 시도하다가 막판 집중된 프로그램 매물로 기대를 접어야 했다. 코스닥지수도 1포인트 박스권에서 옆걸음치며 이틀 강세에 만족해야 했다.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를 움직이는 주요 동인이 됐고 이에 따라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주목 받았다.
◆ 외면당한 금리인하 = 올들어 여섯번째 단행된 금리인하는 더 이상 '빅 이벤트'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전처럼 금리인하 폭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식의 아우성도 들리지 않았다.
금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간헐적으로만 반영됐다. 수요일 뉴욕증시에서도 예전과 같은 널뛰기장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 지수 모두 보합권에서 오르내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0.25%포인트와 0.50%포인트 사이에서 고민한 행간 읽기가 잇달아 나왔지만 '아닌 변수'를 불들고 씨름하는 듯한 모습이다.
FRB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돼 있다며 향후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한데 대한 반응도 시큰둥하다.
금리인하보다는 언제 금리인하의 효과가 가시화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경기회복이 향후 장세를 판가름할 가늠자인 셈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금리인하보다는 이를 통한 경기 자극 효과의 가시화가 시장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도 "7월 이후 주요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금리인하 효과가 확인되는 시점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 경고로 기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라도 상회할 경우 섬머 랠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물가와 경기 = 29일 국내외 증시는 미국 신규실업수당 신청자수, 국내 물가와 산업활동 등 경제지표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던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과매도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지수 하방 경직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월 물가동향과 5월 산업활동동향은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만큼 주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가는 급등 양상은 멈추겠지만 여전히 불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 소비자 물가의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신영증권 조병준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택시 및 상수도 요금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불안한 엔달러 움직임도 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활동동향은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내수도 회복세가 강하지 않아 4월보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조사팀장은 "5월 산업활동 동향이 경기 회복 지연을 알리는 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4월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이와 관련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지만 수출 부진과 이로 인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1분기 보다 나빠질 경우 정부의 경기 인식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 부양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인데다 물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점을 들어 콜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 파리 날리는 시장 = 금리인하가 투자자의 관망세를 바꾸지 못함에 따라 이날 거래는 무척 한산했다. 반도체와 통신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는 계속됐고 이를 받아낼 매수 주체 또한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거래소 거래량은 지난 4월 17일 2억3,112만주 기록 이후 10주 중 가장 적은 2억6,854만주에 그쳤다. 거래대금도 1조4,476억원에 불과했다. 상황은 코스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9일 2억5,417만주 이후 11주 중 최저치인 2억8,181만주가 손을 옮겼을 뿐이다.
모멘텀 공백,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주요 이유였겠지만 이날부터 액면가 이하 종목에 0.3% 거래세가 부과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액면가 이하 종목은 259개이며 이들 종목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액면가 이하 종목에 대한 거래세 부과로 데이트레이더의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지금같은 약세장에서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81억1,000만원, 194억8,000만원 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열흘째, 하이닉스는 지난 11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한 13 거래일째 매도 우위였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대해서는 각각 215억2,000만원, 366억3,000만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