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경쟁력이다] 제2부 : "女사장 밑에서 일하기 싫다" .. 설문

여성기업인의 경영활동과정에서 겪는 애로는 다양하다. 여성벤처협회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를 여실히 반영한다. 이들의 원활한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인 풍토개선과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어려움과 대책을 살펴본다. 창업자금이 부족하다=벤처열풍과 높아진 교육수준으로 여성들의 창업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 따른 금융지원 등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생계형 창업자금 등을 제외하곤 거의 제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여성기업인 가운데 48%가 창업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를 "자금마련"이라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업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여성창업을 가로막고 있다. 외국계 회사 프로그래머로 10년간 일한 K씨의 창업 실패담은 이런 차별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K씨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다 종잣돈이 없어 포기했다. 먼저 벤처캐피털을 찾았다가 "기술력과 사업성은 인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곤란하다"며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여성이라 무시당했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금융기관 대출도 마찬가지.무조건 담보를 내라거나 "남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꼬치꼬치 물을 때는 분통이 터졌다. 남편이 있건 없건 그리고 무슨 일을 하건 그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 알 수 없었다. 사업을 하는 주체는 자신인데.. 인력관리 힘들다=사업을 하고 있는 여성기업인들은 "인력확보"(33%)에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애로사항중 "조직관리"(27%) 역시 사람과 관련된 문제임을 감안하면 사람 다루는 어려움이 압도적이었다. 시스템통합(SI)사업을 하는 A사의 L사장은 몇 달째 구인광고를 냈지만 필요한 엔지니어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가 사장이 여자인 것을 알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겉으로는 급여가 적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여사장 밑에선 자존심상해 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신히 뽑아놓은 남자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가 없다. 또 접대나 로비를 잘 모르는 L사장은 "사업을 할 줄 모른다"며 남자 영업사원들로부터 불평을 듣거나 거래처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다. 국제경쟁력 갖추기 힘들다=어느 정도 사업기반을 갖추면 글로벌화는 필수다. 수출이건 해외진출이건 마찬가지.여성기업인들 대다수(92%)가 수출과 제휴 등으로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해외진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해외진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력과 노하우 등이 없다"는 답변이 81%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다보니 외국기업과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대책은 뭔가=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도 어엿한 경제인의 일원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여자가 왜 나서나라는 전근대적인 사고가 뿌리뽑히지 않으면 좋은 정책 수백가지를 내놓은들 소용없다"고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잘라 말한다. 여성이 마음놓고 뛸 수 있는 마당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다음은 로비와 인맥에 의해 수주가 결정되고 허가가 나는 풍토가 바로 잡혀야 한다. 창업자금지원,인력채용에 있어서의 인센티브제공(예컨대 외국인력이나 병역특례인력의 우선배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사회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대접받을 때까지 만이라도 우대책이 필요하다고 여성기업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