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그래도 소비자가 최우선이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부분 대형유통업체들이 셔틀버스 운행을 30일자로 공식 중단했다. 헌법재판소가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게 됐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 수밖에 없다. 우선 당장 백화점 세일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부터 시내 주요지역의 교통 체증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겪게될 짜증과 시간 낭비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자가용 운행 증가와 교통 정체로 발생하는 비용 증대도 우려된다. 특히 시내버스가 별로 운행되지 않는 일부 수도권 지역의 경우는 교통수단마저 단절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셔틀버스 운행 중단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만도 1천대 이상이 운행돼온 셔틀버스는 대부분 백화점들이 직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업자가 차량을 구입해 백화점과 계약을 맺고 운행해 왔다. 이들 업자들은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해지게 됐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란 것도 세심히 뜯어보면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셔틀버스 운행중단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9명)의 표결결과는 합헌과 위헌에 대한 의견이 4대4(재판관 1명 회피)였다.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법률개정안을 뒤집기 위해서는 6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정족수에 2명이 모자란 것이다. 셔틀버스 운행이 그동안 금지돼왔는데 이를 허용하는 법률안이 제출된 것으로 반대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때에도 헌법재판소는 4대4의 표결로 셔틀버스 운행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면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시킨 것이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백화점 출입을 줄어들게해 과소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중소 슈퍼마켓 재래시장 등의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게돼 운송사업자들의 경영정상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것이란 측면도 기대할 수는 있다. 셔틀버스 운행 비용은 결국 상품가격에 전가되는 것이니만큼 백화점이 유료운송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어 이를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해석도 보기에 따라선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틀버스 운행금지 조치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정책결정상의 기본전제가 잘못됐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문제를 비롯 모든 정책 결정은 기본적으로 사업자의 편이 아니라 소비자(국민)의 편에 서서 이뤄져야 한다. 어느 쪽이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이익이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만 한다. 더구나 운행금지 조치에 따른 각종 사회적 비용이 이로 인한 득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물론 시민의 발을 제공하는 공공적 사업을 하면서도 영업수지는 맞추기 어려운 운송사업자들의 입장은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셔틀버스 운행을 계속 허용할 경우 운송업자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다면 공공자금 지원등 이를 보완해주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운송업체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법이 어떤 것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기 보다는 바로 그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