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야스쿠니 한국인 合祀

"야스쿠니 궁에 영혼은 잠들어도/ 이따금 돌아가리 어머니의 꿈길…" 일본인들이 2차대전중 불렀던 국민가요의 한 소절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천황을 위해 적과 싸우다 죽으면 야스쿠니(靖國) 신사(神社)에 묻혀 군신(軍神)이 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는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진 무진전쟁 이후 11개 전쟁의 전몰자 2백46만여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그가운데는 한국인 희생자 2만1천여명,대만인 2만8천여명도 끼여 있다. 도쿄의 황궁옆에 자리잡은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이듬해인 1869년 초혼사(招魂寺)로 출발해 10년쯤 뒤에 이름을 바꿨다. 지금은 일본인이라면 평생 한번쯤은 꼭 참배해야 할 순례지가 됐다. 패전기념일인 매년 8월15일이면 일본 현직 총리나 각료들의 이곳 공식 참배여부를 놓고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78년부터 이곳에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14명,B급 C급 전범 1천여명의 위패도 합사(合祀)되고 있어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결국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침략전쟁을 공인하고 군국주의자들을 전쟁신으로 추앙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흡사 태평양전쟁 박물관처럼 각종 전쟁유물도 전시해 놓았다. 일제 징용,징병의 한국인 피해 당사자와 유족 2백52명이 보상을 요구하는 새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가족의 야스쿠니 신사 합사 사실이 확인된 55명의 유족들이 처음 합사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전쟁터에 끌려가 죽은 것도 억울한데 한국정부나 유족의 승인도 없이 천황에 충성해 목숨을 바친 군신으로 모셔지는 것은 모욕이라는 당연한 주장이다. 전사한 시점에서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명부에서 제외시킬 수 없고 신도(神道)에는 전통적으로 폐사규정이 없다는 것이 일본측의 궁색한 변명이다. 그렇다고 일본인 전몰자와 동등하게 원호혜택을 준 일도 없다. 식민지 백성이었던 죄로 죽어서도 남의 나라 군신이 돼 버린 억울한 영혼들에 대한 일본법원의 판결내용을 보고 우리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