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유무역지대 만든다면 .. 이종은 <세종대 경제학 교수>

고대 어느 임금님은 '지금 우리 중 하나가 게으름을 피우면,천하에 누군가는 굶게 되어 있다'고 하면서 성실히 살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염려하는 임금의 인간미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이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있음을 통찰한 '일반균형'적인 생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경제적 측면에서 세상을 연결시키는 그 '무엇'을 경제학에서는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들 간의 '상대가격체계'로 본다. 시장 경제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상대가격체계를 보고 여러 가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또 좋든 싫든 그 경제 내의 자원 배분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러 시장들로 이루어진 한 경제가 충격이 없는 한 대체로 보이는 지속적 상태를 총체적으로 '일반균형'이라고 하는데 시장경제를 설명할 때 그 주인공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상대가격체계다. 최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수출부진이 보도되는 가운데 안정된 해외시장 확보 차원에서 자유무역지대 형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 형성은 개방의 한 형태다. 특정 국가나 지역과 무역장벽을 없애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시장규모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더 큰 시장 속에서 새로운 상대가격체계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상대가격체계가 우리 경제의 자원을 흔히 얘기되는 단순조립 등의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시킨다면,개방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개방인지,교육·연구개발투자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개방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특정 경제에 개방이 바람직한지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실제 개방이라는 정책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연구와 국내 이해 집단간의 의견조율이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개방이 기존의 상대가격체계를 변화시키면서,연결된 여러 시장이 견지하던 일반균형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우위 없는 산업에 속한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피부에 와 닿는 예로 정치 안보 정서적으로 민감한 농업이 위축되는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첨단산업을 주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을 해온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NAFTA 협정 체결 당시 미국과 멕시코간의 자유무역지대 형성이 미국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있었으며,현격한 임금의 차이는 미국의 대량실업과 멕시코로의 산업이동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이렇게 신중을 기해야 하는 주제인 만큼 우리 경제가 다른 경제와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할 것인지,하지 않을 것인지,또 한다면 어느 나라와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어떤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한 일반균형,부분균형적인 연구와 정보수집이 다양한 형태로 각계에서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덧붙여 만약 개방을 하게 될 때 자원의 재배분이 일어나 위축되는 산업의 자원,특히 노동력을 다른 산업으로 원활히 이동시키는 방안,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방안 등이 비슷한 정도의 관심을 갖고 함께 연구되고 논의됐으면 한다. '개방'이란 경쟁과 효율을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조치임이 분명하나 상대가격체계의 변화로 인한 자원의 재분배라는 경제통합현상의 본질적인 측면을 갖고 있어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갑자기 존재하지도 않는 수요와 공급 또는 시장을 어떻게 만드느냐,어느 세월에 무슨 재원으로 노동을 재교육시키느냐 등의 질문에 즉시 명쾌한 대답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지금의 국력으로 가능한 최적 방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문간 자원의 원활한 이동이라는 것은 중국산 마늘 수입과 한국산 휴대폰 수출사례에서 보듯 '품목간 보상'이라는 해결책에 비해 무척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개방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향으로 본다. ljongeun@kunja.sejo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